동양생명(082640)이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국내 보험사가 외화를 조달해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은 2년 전 KDB생명이 마지막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가 최저금리 외평채를 발행하는 등 한국물(KP) 발행 시장이 긍정적으로 돌아선 덕분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전날 아시아시장에서 3억 달러(한화 약 3,529억원)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으로 5년 후 콜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당초 동양생명은 발행 희망금리를 5.375% 선으로 제시했지만 약 70여곳의 기관에서 9억달러가 넘는 매수 주문이 들어오면서 5.25%로 축소하는데 성공했다. JP모건과 노무라증권, UBS가 주관 업무를 맡았다.
동양생명은 2018년 외화채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계획을 세웠으나 발행 여건이 급변하면서 국내 원화채로 선회했다. 올해 초에도 다시 한번 발행을 준비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얼어붙자 발행 시기를 뒤로 미루게 됐다.
하반기 들어 한국물(KP물) 시장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KP물의 벤치마크로 사용되는 우리나라 정부의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면서 신규 발행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날 발행한 수출입은행의 외화채권 역시 10~15bp(1bp=0.01%포인트) 낮아진 선에서 결정됐다.
동양생명이 외화 조달에 성공하면서 한동안 닫혔던 보험사들의 해외 발행이 다시 활기를 띨지 주목된다. 한화생명(088350)과 교보생명, 코리안리재보험 등 많은 보험사들은 지난 2017~2018년 풍부한 유동성이 있는 해외 시장을 찾아 외화 채권을 발행해 자본을 쌓았다. 그러나 짧은시간 발행이 잇따른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동안 발행이 중단됐다.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서도 저금리 등 여파로 보험사들의 펀더멘털 훼손을 우려해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들어 롯데손해보험(000400)(900억원), 흥국화재(000540)(400억원), 푸본현대생명(500억원) 등이 잇따라 미매각을 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고금리 상품으로 각광받던 금융사의 영구채 인기가 크게 떨어졌다”며 “저금리로 인한 역마진 우려와 자본확충 이슈 등 규제가 많아 인식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