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틀간 5대 시중은행에서만 신용대출이 또다시 7,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이 역대 최대로 늘었던 지난 8월과 견줘서도 2배 빠른 속도다. 유례없는 신용대출 급증세에 놀란 금융당국이 고액대출을 중심으로 ‘핀셋 죄기’를 예고하고 나서자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에 서둘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14~15일 이들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7,194억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3,597억원 늘어난 것인데 이는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 증가액을 기록한 8월(2,035억원)보다도 1.8배 많은 규모다. 하루 평균 증가액이 540억원 수준이었던 지난해 8~9월에 비하면 무려 7배 가까이 폭증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한도·금리 조회부터 대출 실행까지 끝낼 수 있는 비대면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 A은행의 대표 비대면 대출상품의 경우 14~15일 1,574건이 실행됐다. 전달(일평균 335건)의 2.4배 규모다. 잔액도 마이너스통장 중심으로 전달보다 4배 뛰었다. B은행 역시 13~15일 사흘 동안 비대면 대출상품 신규 이용자 수가 전달(일평균 618명)보다 1.3배(2,441명) 확대됐다.
이처럼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은 핀셋 규제 현실화를 앞두고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10일과 14일 주요 은행 여신 담당자와 회의를 열고 과도한 신용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고소득·고신용자가 소득의 2~3배 수준으로 많은 금액을 빌리는 데 대해 보수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은행들은 현재 우량차주 대상 최대한도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없애거나 대출비율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로 부족한 자금을 융통하거나 초저금리에 따른 ‘빚투’ 열풍을 따라 신용대출을 이용하려던 사람들이 불안심리에 대출을 앞당긴 배경이다. 당장 급전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만약’에 대비하려는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증가세가 패닉 수준”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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