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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에 뿔난 개미…대안 없어 '발동동'

'호재' 평가에도... 주가는 '시름시름'

IPO 염두한 분할, 주식가치 희석 우려

"재평가 받으며 희석 가치 상쇄할 것"

모회사 저평가·신설社 수급 집중 우려

내달 30일 주총에서 최종 판가름날 것

LG화학(051910)이 배터리 사업부를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출범하는 것을 두고 증권업계와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증권가는 자본 집약적인 배터리 산업의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효과적 방안이라고 평가하지만 ‘배터리’ 성장성에 베팅했던 주주는 주식 가치 희석을 우려하며 허탈해 하고 있다.

'호재' 장밋빛 전망에도... 투자자는 '울상'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제공=LG화학




증권업계는 배터리 사업부의 분사를 장기적 호재로 인식하고 있다. 2차 전지 사업이 매년 40%의 고성장 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현재 시장 점유율을 유지 하기 위해서는 매년 3조원 규모의 선제적 투자 집행이 필요하다. 물적 분할 이후 기업공개(IPO)를 단행할 경우 공장 증설 등에 쓰이는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변동성이 큰 화학 부문과 혼재돼 할인받은 배터리 부문의 기업가치도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배터리에 베팅했는데... 허탈한 주주

하지만 시장의 온도는 다르다. 물적 분할 자체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IPO를 진행할 경우 주주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게 투자자의 시각이다. 분할이 상장을 위한 포석인 만큼 IPO를 단행한 이후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LG화학의 지분율은 낮아지게 된다. 일례로 상장 과정에서 통해 신주를 추가 발행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율이 100%에서 80% 수준으로 낮아지면 기존 주주의 향유할 수 있는 몫도 그만큼 줄어든다. 2차 전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도유망한 산업으로 지목받으면서 ‘배터리’의 성장성에 투자자가 대부분인 상황이라 주주의 반감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지분희석, 기업 재평가로 만회 가능"





다만 재평가를 통해 제고된 기업 가치 상승분이 희석된 주주 가치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LG화학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 CATL 대비 기술·수주에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약 30조원 가량이 적다. 순수 배터리 업체로 발돋움하면서 주가가 반등을 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한 증권사 2차 전지 담당 연구원은 “상장하면 기업 가치가 제고되기 마련”이라며 “주주 가치 희석의 정도가 크지는 않을 것이며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이날 주가 하락의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모회사 저평가'·'신설社 수급 집중'도 불안

주주 입장에서는 상장 모회사의 주가가 자회사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투자자는 우려스럽다.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는 LG, 삼성물산 등은 자회사의 지분가치를 온당히 반영하지 못해 저평가 영역에 속해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이 가파르게 상승한다고 해도 모회사 주가가 그 성장분을 오롯이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투자자를 한숨을 쉬게 만들고 있다. 이외 LG에너지솔루션이 별도 상장할 경우 기존 LG화학 주식을 팔고 LG에너지솔루션으로 수급이 쏠릴 수 있다는 불안도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없어..."뾰족한 대안 없네"



/사진=LG화학




LG화학의 분사를 두고 일부 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론적으로 지배력 등 주주 가치에 변화가 없어 물적 분할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주식매수청권은 주주가 가진 주식을 회사에 합당한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권리로, 합병 시에 주주 가치와 지위에 변동이 생길 때 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발생한다.

내달 30일 주총... 동학개미 단체 반기들까





결국 내달 30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할 확정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이미 주주들의 표결 참석을 위해 전자투표제 도입도 밝힌 상황이다. 지난 2·4분기 말 LG화학의 최대주주는 ㈜LG로 관계사 지분까지 포함하면 이번 주총 의결권이 있는 총 주식(우선주+보통주, 자사주는 제외)의 30.75를 확보하고 있다. 주요 주주로 국민연금이 10.74%를 보유 중이고 자산운용사들도 보통주만 6% 가깝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54.33%지만 지난해 말 기준 한국예탁결제원의 자료를 보면 LG화학의 소액주주 중 법인이 갖는 주식 비중이 높아 개인 투자자의 주식 비중은 9.82% 정도로 나타났다.

올해 ‘동학개미운동’의 약진 속에 개인 주주 비중이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LG화학 순매수금액은 8,462억원정도로 111만3,900여주며 우선주는 118만9,400주를 새로 모았다. 주식 비중으로 따지면 3% 정도가 더 늘었다. 우선주의 개인 주주 보유 비중은 알 수 없지만 우선주의 개인 지분 비중이 보통주보다 높은 것을 고려하면 개인 투자자들의 전체 주식 지분율이 15% 이상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상법에 따르면 기업 분할 결정은 주주총회 특별의결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총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경우 우호지분을 36%가량 더 필요하지만 주총 불참 주주들을 고려하면 이변이 없는 한 배터리 사업 분할 건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개인 주주들이 예상외의 단결력을 보여주거나 소액주주로 분류돼 있는 법인 주주들의 태도, 국민연금의 선택 등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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