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 기존 인력의 활용도는 떨어지는 반면 정보기술(IT) 전문가 수요는 늘어나 금융권의 고심이 커지는 가운데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 롤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1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의 직원 리스킬링과 업스킬링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DBS는 지난 2017년 향후 5년간 약 175억원을 투자해 2만여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에 기반해 24시간 연중 상시로 이용할 수 있는 PCP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원들에게 교육을 하고 장학금을 지급했다.
주목할 부분은 500여명의 콜센터 직원을 이 같은 리스킬링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무 등 새 직무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DBS는 콜센터 근무직원을 모바일 앱 개발자, 고객경험 설계자, 소셜미디어 관계 관리자, 지식 플랫폼 설계자 등 13개의 새 직무에 배치했다. 이들은 영업 최일선에서 고객과 마주하기 때문에 고객이 어떤 점을 불편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함으로써 고객에게 딱 맞는 앱을 개발하게 한 것이다.
덕분에 매년 400만건이 넘었던 고객센터 통화량은 지난해 12% 감소했다. DBS는 앞으로 3년 안에 20%가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객이 통화를 위해 장시간 대기하는 것이 은행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목됐는데 이 같은 문제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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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DBS뿐 아니라 JP모건도 지난해부터 직원들에게 데이터과학·머신러닝·클라우드컴퓨팅·코딩 등의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며 “이로써 은행 내 영업팀과 IT 부서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고 고객을 위한 더 나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4차 산업혁명으로 금융권 종사자의 90%가 향후 5년 안에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업무 수행에 새로운 기술이 요구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히 은행은 영업점 축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휴인력의 리스킬링을 통해 조직 개편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업이 방향을 제시하고 직원이 적극 참여하면 금융권 실업 문제와 기업이 겪고 있는 IT 인력 부족 현상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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