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3월19일. 코스피지수가 하루에만 8% 넘게 폭락하며 장중 1,439포인트까지 내려가자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증시가 대세 하락기로 접어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요즘 당시의 공포는 새로운 기회였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학개미’가 너도나도 뛰어들어 한국 증시의 판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로 불리는 성장주를 발굴해냈고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로 대표되는 ‘공모주 열풍’을 일으켰으며 외국인들의 매도세로부터 시장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이 적극 투자한 6개월간 코스피는 1,000포인트가 올랐고 개인이 많이 사들인 상위 15개 종목의 평균수익률은 67.6%에 달했다.
◇반년새 개인 자금 50조원 새로 유입 …‘V자 반등’ 이끌어=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가 최저점을 찍었던 3월19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6조988억원을, 코스닥시장에서 9조6,53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주식 매수 대기자금 성격을 지닌 투자자예탁금도 큰폭으로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17일 기준 55조6,629억원으로 6개월 전 38조3,666억원 대비 17조원 넘게 불어났다. 지난해는 같은 기간 24조3,800억원에서 24조8,114억원으로 4,300억여원(1.76%) 정도만 증가했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계좌 수도 크게 늘었는데 지난 6개월간 320만개의 활동계좌가 신설돼 3월 대비 10% 이상 많아졌다.
주식예탁금까지 포함해 50조원이 넘는 개미들의 ‘새 피’가 수혈되면서 코스피는 6개월간 1,000포인트가 넘게 올랐다. 코스피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2월 중순 이후 급락해 3월19일 최저점(1,457.64)을 기록했지만 2주도 채 지나기 전에 1,800선을, 한 달여 만에 1,900선을 회복했다. 이후로도 순조롭게 상승해 8월4일 전고점을 회복했으며 같은 달 11일 2,400선까지 돌파했다. 코스피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개인의 영향력이 센 코스닥의 회복력은 더 높았다. 올해 최고점(692.59) 대비 38% 추락했던 코스닥은 5월19일 696.36으로 종가 마감해 불과 두 달 만에 완벽한 ‘V자 반등’을 보였다. 코스닥은 이후로도 가파르게 올라 2년5개월 만에 9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지난 6개월간 양대 수급주체였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조9,329억원, 17조9,121억원을 순매도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한국 증시의 회복은 온전히 개인의 힘으로 이뤄낸 셈이다.
◇“수익과 안전성 추구”…확 바뀐 투자 방정식=코로나19 이후 개인들은 투자 방식에서도 기존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과거 개인들은 가격이 낮고 변동성이 심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코스닥 소형주의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지난 6개월간은 개인 순매수 금액이 높은 상위 15개 중 14개가 코스피 종목들이었다. 순위별로 살펴보면 NAVER와 카카오를 각각 1조6,000억원 이상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우·현대차·SK·셀트리온헬스케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산업별로 구분하면 ‘BBIG’로 통칭되는 성장주가 8개 포함됐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자는 최근 주가 상승률이 가팔랐던 속칭 ‘고퍼주(순이익 대비 주가가 높은 종목)’이고 후자는 시가총액 규모는 물론 거래량 면에서도 안전한 대형주다. 고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안전성을 놓치지 않겠다는 스마트 개미의 ‘야망’이 읽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공모주 열풍’에서도 이런 개인투자자들의 성향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을 해서라도 인기 공모주 청약에 성공한다면 안전하게 높은 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영각 KB증권 WM스타자문단 부장은 “1998년, 2008년 등 과거 증시 추락을 경험했던 개인들이 코로나 위기 역시 곧 극복되리라 믿고 적극적 투자를 이어갔던 것이 지난 6개월간 한국 증시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이끈 가장 큰 요인”이라며 “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강화라는 정부 정책이 유지되는 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날 위험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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