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급등으로 서울에서도 전셋값이 매맷값을 추월하는 아파트가 등장하고 있다.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이른바 ‘깡통전세’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마에스트로캠퍼스타운’ 아파트 전용면적 14.49㎡는 지난달 4일 1억8,500만원(12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그런데 열흘 뒤 같은 면적, 같은 층의 아파트가 1억5,500만원에 매매됐다. 매매 가격이 전셋값보다 3,000만원 낮은 것이다. 이 외에도 강동구 길동 ‘강동렘브란트’, 금천구 가산동 ‘비즈트위트바이올렛5차’, 구로구 구로동 ‘비즈트위트그린’, 관악구 신림동 ‘보라매해담채’ 등 소형 면적에서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1,500만∼1,800만원 높았다.
이렇듯 전셋값이 매맷값을 역전하는 이유는 새로운 임대차법 시행 여파와 가을 이사철로 인한 전세 품귀 현상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수도권 공급 대책 발표로 청약 대기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탓이다.
경기도에서도 3기 신도시가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역전이 현실화하고 있다. 3기 신도시를 분양받으려는 청약 대기자들의 전세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경기도 하남시 감이동 ‘감일스윗시티14단지’ 전용 51.76㎡는 지난달 10일 보증금 4억원(24층)에 전세가 거래됐다. 이는 지난 7월 31일과 8월 6일에 계약된 매맷값과 같은 금액이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국가가 대신 갚아준 보증 액수는 지난달 말 기준 3,015억원(1,516가구)으로, 지난 한 해 총액인 2,836억원(1,364가구)을 이미 넘어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매 시장의 숨 고르기가 장기화하고,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하면 깡통전세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어 세입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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