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뉴트로’가 대세인데, 플랫폼도 그런 것 같습니다. 콘솔이 돌아왔습니다. PC 시대에 이어 1인 1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 게임 시대가 도래한 지도 수년째. 일정 부분 퀄리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모바일 버전 게임에 지쳐서일까요. 오직 게임만을 위한, 게임에 최적화된 플랫폼인 콘솔로 게이머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습니다.
콘솔 신제품, 많이 기대하고 계시죠? 콘솔 명가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콘솔 게임기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소니와 MS는 오는 11월 이틀 간격으로 차세대 콘솔 게임기를 출시한다고 발표하며 ‘콘솔 대전(大戰)’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17일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는 ‘플레이스테이션5(PS5)’ 출시일과 가격을 확정 지었습니다. 특히 한국은 11월12일 1차 출시 지역에 포함돼 미국, 캐나다, 일본 등 7개국과 함께 빠르게 PS5를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18일 온·오프라인 예약 판매에서 25분 만에 물량이 매진됐고, 판매 사이트 다수가 마비되며 PS의 견고한 매니아층을 인증했습니다.
울트라HD(UHD) 블루레이 디스크 드라이브가 포함된 버전은 62만8,000원, 미포함 버전은 49만8,000원입니다. 두 버전 모두 10.3TFLOPS(테라플롭스) 성능의 GPU와 825GB SSD를 기본 탑재하고, 업그레이드 된 ‘듀얼센스’ 무선 컨트롤러와 3D 오디오 기능을 제공해 기능적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엑스박스(Xbox)’가 질 수 없죠. 엑스박스는 이보다 이틀 앞선 11월10일 차세대 콘솔 ‘시리즈 X’와 함께 디지털 에디션인 ‘시리즈 S’를 동시에 내놓습니다. PS에 비해 ‘가성비’가 돋보이는데요. 시리즈 X는 59만8,000원, 블루레이 기능을 덜어낸 시리즈 S는 39만8,000원으로 PS5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됐습니다.
Xbox X에는 12.15TFLOPS GPU 성능을 필두로 ‘VRS(Variable Rate Shading)’, 자동 저지연 모드(ALLM), ‘다이렉트X 레이 트레이싱(DirectX Raytracing)’ 등 최신 기술을 탑재됩니다. 염가판은 4테라플롭스로 GPU 성능에서 차이가 나고, SSD 용량은 각각 1TB, 512GB입니다. 가로 275mm, 세로 151mm, 높이 65mm의 컴팩트한 크기를 자랑하는 시리즈 S의 디자인이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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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스펙은 물론 어떤 게임을 제공하느냐가 콘솔 선택의 최대 기준이죠. 소니는 자회사 ‘SIE 월드와이드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필두로, ‘콜 오브 듀티’, ‘파이널판타지16’, ‘포트나이트’ 등 다수의 대작 타이틀을 PS5와 동시에 출시합니다. 해리포터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기대를 모은 ‘호그와트 레거시’, 대표 독점 타이틀인 ‘갓 오브 워’ 후속작 등이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공개된 바 있습니다.
독점 타이틀에서 살짝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엑스박스는 게임 구독과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MS는 게임 구독 서비스인 ‘게임패스 얼티밋’ 이용자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xCloud(엑스클라우드)’를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월 1만6,700원을 내면 100종 이상의 콘솔게임을 모바일, 태블릿 PC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연속되게 즐길 수 있게 된 겁니다. ‘포르자 호라이즌4’, ‘기어스5’, ‘헤일로’,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검은사막’ 등이 해당됩니다.
사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가장 크게 웃은 것은 닌텐도였습니다. 타이밍 좋게 출시된 신작 ‘모여봐요 동물의숲’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치며 휴대용 콘솔 ‘스위치’ 역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습니다. 닌텐도 지난 분기(2020년 4월1일~6월 30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8.1% 증가한 3,581억6백만엔(약 4조원)을 기록했습니다.
하드웨어 판매량은 568만대로, 전년 대비 무려 16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점 게임으로 하드웨어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쌍끌이’ 효과를 본 겁니다. 닌텐도는 지난 16일 “닌텐도는 계속해서 새로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상품을 개발해 비즈니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사실 콘솔이 강한 시장은 아닙니다. 지난해 발표된 게임 백서에 따르면 플랫폼으로 나눈 국내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이 차지한 비중은 4.3%에 불과했습니다.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콘솔 비중이 25% 정도로 추산되는 것에 비하면 극히 낮은 수준입니다. 여럿이서 게임을 함께 즐기는 파티 문화가 없는데다 긴 노동시간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등 여러 문화적 요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코로나19는 게임 산업계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왔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콘솔 게임 시장 역시 다시 한번 빛을 보고 있는데요. 국내 게임사들 역시 북미나 유럽 시장을 타겟팅한 ‘멀티 플랫폼’ 게임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입니다. 꼭 하드웨어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한국 게임이 매력적인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 콘솔 이용자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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