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8%에서 -1.0%로 하향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우리 성장률이 가장 높고 주요 20개국(G20) 국가를 포함하더라도 중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요국 대비 우리 경제의 성과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경제 수장의 ‘자화자찬’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OECD가 16일 공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0%는 G20에 속하는 19개국 중 중국(1.8%) 다음으로 높은 수치였습니다. 이는 일본(-5.8%), 독일(-5.4%), 영국(-10.1%) 등 선진국이나 브라질(-6.5%), 러시아(-7.3%), 인도(-10.2%) 등 개발도상국을 크게 앞섭니다. 참고로 G20은 선진국과 신흥국, 유럽연합(EU) 의장국을 포함해 총 20개국으로 구성되지만 EU 의장국이 기존 구성원일 경우 19개국으로 꾸립니다.
문제는 내년입니다. 정부가 59년 만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강한 확장 재정을 펴고 있음에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1%로 OECD 회원국 중 5번째로 낮기 때문입니다. 한국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1.4%), 일본(1.5%), 호주(2.5%), 멕시코(3.0%)뿐입니다. G20 평균(5.7%)은 물론 세계 평균(5.0%) 성장률 전망치와도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가장 큰 원인은 기저효과입니다. 주요국 경제가 올해 크게 후퇴하는 만큼 내년에는 크게 반등할 수 있다는 의미지요. 올해 -10.5%에서 내년 10.7%의 성장률이 전망되는 인도, 올해 -10.1%에서 내년 7.6%의 성장률이 전망되는 영국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의식한 듯 기획재정부는 “2020~2021년 성장률을 합산해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2020~2021년 성장률 합산 전망치는 한국이 2.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터키(1.0%), 미국(0.2%) 등이 그 뒤를 잇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게 OECD의 지적입니다. OECD는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경제 회복을 위한 근로자·기업 지원과 함께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시했습니다. 특히 “임금 보조금이나 단기 일자리 프로그램은 기존 일자리를 보존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위기 이후 바람직한 구조조정 및 적응을 방해할 수 있다”며 “노동 유연성이나 일자리 이동 등을 제한하는 장벽을 낮추는 구조개혁이 일자리 재분배를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단기 공공일자리 창출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한 4차 추경안에 따르면 공공일자리를 제공하는 희망근로 사업에 804억원의 예산이 추가 배정됐습니다. 코로나19로 취업이 어려운 계층을 돕기 위해 2만4,000개의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정부는 3차 추경안에서도 30만명 규모의 공공일자리를 공급하기 위해 1조2,060억원을 배정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창출되는 공공일자리는 대부분 근로 기간이 4개월을 넘지 않는 단기 일자리입니다. 정부는 내년에도 103만개의 공공일자리 창출에 3조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경기 부양과 함께 구조개혁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기업 규제 개혁은 생산성을 증가시키면서도 노동과 자본 투입을 촉진해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힙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경제체질 약화로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 추세 속에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기술혁신과 규제 개혁 및 법제도 선진화를 통해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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