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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이냐 법정관리냐…쌍용차 '운명의 시간'

HAAH, 투자 제안서 전달했지만

자금조달·희망지분 등 구체안 빠져

산업은행 지원 여부도 매각 관건

새주인 못찾으면 법정관리 갈수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연합뉴스




‘매각이냐 법정관리냐.’

쌍용자동차가 다시 생사의 기로에 섰다. 중국 상하이차, 인도 마힌드라에 이어 제3의 주인을 찾는다면 재기의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또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유통업체 HAAH는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법이 빠진 쌍용차 지분투자 제안서를 매각 주관사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희망 지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영권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다면 3,000억원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체리자동차를 비롯한 5개 완성차 업체에서 자금을 받아 인수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도 현지 언론은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HAAH의 인수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쌍용차는 대규모 할인행사로 매달 운영자금을 마련하면서 ‘연명’하고 있다. 14분기 연속 적자에 외국계 은행들이 한 달 기준으로 차입금 상환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 자금난이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판매는 급전 마련을 위한 고육책일 뿐 수익성에는 마이너스”라며 “3,000억원 넘는 단기차입금 상환 압박을 버티는 것도 한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매각의 관건은 자금조달의 실효성,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 여부 등이다. HAAH의 연매출 규모는 2,000만달러(약 240억원)에 불과하다. 6,500억원 규모의 쌍용차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체리자동차 등 투자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HAAH는 또 쌍용차 인수시 산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HAAH의 인수방안에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산은이 지원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HAAH의 인수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산은으로서는 투자 명분이 없다. 평택 지역경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사태를 우려해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지원의 손길을 뻗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지난해부터 쌍용차 회생 방안을 고민했지만 자체 생존은 어려운 것으로 결론 냈다는 소문이 있다”며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용인 만큼 명분이 없다”고 했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법정관리 신청 이후 매각 방안도 있지만 새 주인이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외국계 은행의 태도도 변수다. 외국계 은행들은 쌍용차에 대출하면서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지분을 51% 초과 유지해야 대출을 유지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일각에서는 HAAH가 쌍용차를 인수하더라도 상하이차처럼 단물만 빼먹고 매각하는 ‘먹튀’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구조조정이 되며 노사관계가 꼬일 가능성이 크다”며 “최악의 경우에는 법정관리로 회생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서종갑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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