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리빙 시장에서 존재감을 가장 크게 키우고 있는 곳은 일찌감치 리바트를 인수했던 현대백화점 그룹이다. 2012년 인수 당시 5,049억원이던 현대리바트 매출은 올 상반기 7,223억원을 기록, 올해 역대 최고인 1조4,000억~5,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은 신축 아파트용 빌트인 사업 등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던 리바트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B2C 사업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정 회장은 또 올 초 시무식에서 “비상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성장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더 잘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르게 행동’해 새로운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대백화점은 즉시 프리미엄을 넘어 하이엔드로 제품 구성을 바꿨다. 코로나19 불경기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부유층 고객을 타깃한 것이다. 무역센터점에 럭셔리 리빙 브랜드를 대거 유치했다. 폴리폼, 까시나, 리네로제, 모오이 등 수입 럭셔리 가구 브랜드의 9월(9월1~14일) 매출은 지난해 대비 135% 신장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리빙 상품군의 신장률 54.2%의 3배 가까운 수치다. 아울러 무역센터점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30~40대 고객은 지출의 39.7%를 리빙에 썼다. 특히 지난달 21일 업계 처음으로 입점시킨 이탈리아 초럭셔리 가구 브랜드 ‘폴리폼’은 키친 시스템 가구가 2억9,000만원대, 옷장이 5,300만원대에 달하지만 오픈 후 한 달간 매출을 목표대비 160% 이상 달성했다.
까사미아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시험대다. 독자경영 5년만에 ‘유통여왕’이라는 면류관을 쓴 그가 인수한 5개 브랜드 가운데 유일한 적자 계열사다. 중저가 이미지에 그쳤던 브랜드에 프리미엄의 컬러를 입히며 공격적인 투자를 했던 탓이다. 해외 디자이너와 협업해 프리미엄 라인을 론칭하는 한편 삼성 백색가전과 스타벅스, 독립서점, 갤러리 등과 손잡고 브랜드 이미지가 반영된 콜라보 매장을 오픈하는 등 유통망을 지속적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까사미아는 상반기 721억원 매출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보다 37.9% 성장해 연내 목표한 1,600억원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외형성장은 계속되지만 프리미엄 매장 전략을 통해 영업손실은 57억원으로 전년 보다 12억원 늘었다. 정 총괄사장은 외부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올해도 445억원 가량의 투자를 목표로 하고있다. 적자 행진의 부담은 온라인 사업으로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선보인 라이프스타일 전문 온라인 플랫폼 ‘굳닷컴’을 운영하며 까사미아를 입점시킨 형태로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자 이곳에서의 매출이 기존 운영했던 ‘까사미아샵’ 보다 240% 증가했다.
가장 조용한 행보를 보이는 곳은 롯데백화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영국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콘란샵’ 오픈 세리머니 때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2,700만원 짜리 거실장부터 1,000만원짜리 바르셀로나 1인 소파, 수 백만원대의 의자 등 고가 제품부터 10만원 이하 합리적인 가격대의 인테리어 소품들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더콘란샵은 최근 7~8월 매출이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1~2월 대비 78% 신장했다. 특히 가구 매출 구성비가 35%에서 최근 50%까지 올랐다는 것이 호신호다. 간호섭 홍익대 미대 교수는 “상위 1%와 디자이너 등 아티스트들 사이에는 전세계 하이엔드 브랜드를 한 데 모은 ‘더콘란샵’의 위상이 높다”며 “전세계 16개 밖에 없는 영국 콘란 패밀리의 브랜드를 들여왔다는 점에서 일단 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심희정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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