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충격적”이라고 토로하면서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코로나19 대처 점수가 ‘A+’고 주장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파우치 소장은 22일(현지시간) CNN방송 주최 화상 콘퍼런스에서 트럼프의 감염병 대응에 어떤 점수를 주겠냐는 질문에 “숫자들을 보고 결정해라. 내 평가가 필요한 게 아니다. 숫자를 봐라”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1일 폭스뉴스의 ‘폭스 앤드 프렌즈’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처에서) 우리는 경이적인 일을 해왔다”면서 자신에게 ‘A+’를 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피츠버그로 유세를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사망자가 20만명을 넘어선 것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면 250만 명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미국의 사망자가 20만명에 달했다는 것은 “정신을 매우 번쩍 들게 하는, 어떤 면에선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정부 최상층부에서 가끔 모순되는 신호가 나오더라도 전문가들을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22일 오전 미국 전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86만484명, 사망자도 20만명이 넘었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단일 국가에서 발생한 사망자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이자 세계 사망자(96만5,000여명)의 20.7%에 달하는 것이다. 세계의 코로나19 사망자 5명 중 1명이 미국인인 셈이다.
사망자 20만명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베트남전과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수의 거의 2.5배”라고 지적했고 CNN은 “한국전쟁, 베트남전,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걸프 전쟁 등 가장 최근에 벌어진 5개 전쟁의 전사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전했다.
CNN은 또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자가 “9·11 테러가 66일간 연속으로 발생한 셈”이며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109번 발생한 셈”이라고 전했다. 또한 “첫 사망자 발생일로부터 매일 858명이 죽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는 심장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망 원인이 됐다.
AP는 “8개월 전 이 재앙이 첨단 연구실과 일류 과학자들, 많은 의약품·비상물자 비축량을 갖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에 처음 당도했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수치”라고 지적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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