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대학들이 23일부터 수시모집을 시작하면서 대입 수험생들이 최종 원서접수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올해 수시 지원 전략을 보수적으로 세우고 경우에 따라서는 당초 기대했던 안정권보다 하향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의 전초전인 모의평가가 지난 6월에 이어 9월에도 평이하게 출제된데다 올해 수능에서는 재수생의 강세가 점쳐지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집계한 2021학년도 수능 지원자 수는 사상 최저치인 49만3,433명이다. 응시생이 줄면 수능 등급별 인원도 감소하기 때문에 당초보다 대학별 커트라인을 충족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수 있다. 더구나 올해 수능 지원자 중 졸업생 비중은 지난 17년 새 최고치인 27%를 기록 중이다. 수능 응시생 약 3~4명당 1명이 재수생·반수생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고3 재학생들이 이 같은 재수생·반수생 강세를 피하기 위해 정시보다는 수시에 대거 몰릴 경우 그만큼 인기 대학·학과에 대한 수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수능 백분위 점수가 현재보다 하락할 수 있는 경우를 예상하고, 현재 정시 지원 가능 대학보다 1~2개 정도 대학은 수시에서 하향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의 진단이다.
수시 지원 가능 대학을 고를 때는 9월 모의평가 성적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해당 모의평가 점수가 발표되기 전 수험생은 자신의 점수를 가채점한 뒤 이 점수가 백분위의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는 방식으로 커트라인 안정권 대학을 추정해볼 수 있다. 이번 모의평가는 전반적으로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됐던 만큼 응시생은 오는 12월3일 치를 수능 점수를 9월 모의평가보다 높게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응시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 특히 수능에서의 자신의 점수를 자신하기 어렵다면 가급적 논술·면접 등의 수시전형 일정을 수능 이후에 실시하는 대학을 공략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다행히 올해는 논술을 실시하는 주요 대학 중 연세대·이화여대·경희대·서울과기대·서울시립대·숭실대·경기대 등 상당수가 수능 이후에 논술전형을 실시하기로 해 수험생들의 수시 지원 전략수립 부담이 다소나마 가벼워졌다.
수시전형은 일반적으로 학생부교과전형·학생부종합전형·논술전형으로 구분된다. 이 중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수능최저기준을 맞추기 위한 준비가 우선시된다. 따라서 학생부교과전형을 염두에 둔 수험생은 앞으로 수능 시험기간까지 남은 70여일 동안 자신의 수능 점수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과목에 전략적으로 시간을 배분해 공부하는 게 좋다. 특히 기출문제 중 자신이 자주 틀렸던 문제유형을 반복해 풀어보거나 평소 취약했던 과목 내 주요 단원을 중심으로 학습함으로써 자신의 약점을 채워나가는 전략을 실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서울 상위권 대학들이 주로 도입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수능최저기준을 반영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해당 전형 지원자들은 면접 준비 등에 ‘올인’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하지만 근래에는 주요 대학들 사이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실시할 때 면접 비중은 낮추고 서류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서류형’ 비중을 높이는 추세가 감지되고 있다. 그런 만큼 학생부종합전형 지원 수험생들은 학생부 교과 및 비교과 관리와 서류 준비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는 가급적 추상적 내용은 피하고 명확하고 상세한 활동내용 등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게 좋다. 아울러 단순히 활동내역이나 경험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은 어떤 것을 배웠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명시하는 게 좋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논술형의 경우 대학에 따라서는 수능최저기준을 반영하는 곳들이 있기 때문에 수험생은 사전에 대학별로 세부적인 전형절차를 파악한 뒤 준비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인문계열이라고 해도 수리논술을 병행하는 대학들(한양대 상경계열·건국대 인문사회Ⅱ·경희대 사회계열·중앙대 경영경제대학 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연계열의 경우 수리논술만 보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과학논술을 병행하는 대학들(연세대 서울캠퍼스 및 의예과·성균관대·건국대·아주대·중앙대·경희대·울산대 등)이 있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수시 지원은 총 6회로 제한되지만 과학기술원·사관학교·산업대 등에 대해서는 제한이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여섯 번의 수시 지원 기회 중 한두 번은 소신 지원, 나머지는 안정권 지원으로 전략을 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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