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거래대금은 감소하고 위탁매매 미수 반대매매가 급증하는 등 증시 조정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조정설’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한 단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어 자칫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일평균 위탁매매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규모는 184억원으로 올 들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급락하며 반대매매가 쏟아졌던 지난 3월의 일평균 금액(163억원)보다도 많다. 특히 이달 23일에는 위탁매매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11%(307억원)를 기록하며 올 들어 일 기준 최고를 기록했다. 위탁매매미수금은 단기(2일 내외) 신용으로 주식을 산 뒤에 결제하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단타 투자자들이 주로 미수를 활용하며 ‘빚투’와 함께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위탁매매미수금 대비 반대매매는 미수 거래를 한 뒤 주가 하락으로 보유주식의 가치가 하락해 나가는 반대매매로, 급증 시 조정장의 징후로 여겨진다.
또 다른 조정 징후인 거래대금 감소도 관찰된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7월3일 이후 최저치인 9조8,964억원에 그쳤다. 이달 초 만해도 19조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도 반토막에 불과한 수준이다. 8월 중반 상승장에서 최고 20조원에 이르렀던 일 거래대금의 급감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추석 연휴를 앞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8월 중반 이후 코스피 시장의 에너지가 약화되고 있다”며 “코스피 대형주와 관련해 8월 중반까지 증가하던 거래량이 최근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도 급락장을 이용해 레버리지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나서는 개인투자자는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21~25일 ‘KODEX 레버리지’를 2,118억원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개미들은 아울러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도 2,03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다섯 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이들 레버리지 두 종목에 4,000억원 이상 몰린 셈이다. 레버리지 ETF는 해당 상품이 추종하는 지수의 상승에 두 배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상승 기대감을 가진 투자자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수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주식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3배 수익을 추구하는 ETF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이달 들어 24일까지 나스닥 100지수 변동을 3배로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TQQQ)’를 국내에서 6,755만달러(약 791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 나스닥 하락에 3배 베팅하는 ‘ProShares Ultra Pro Short QQQ’도 628만달러(약 74억원) 순매수했다. 나스닥 하락이 길어지면서 추가하락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이달 24일 기준 신용공여는 17조2,466억원에 이르고 위탁매매미수금은 4,338억원으로 6월 이후 100일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조정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적지 않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10월 초·중순까지 기간 조정을 예상한다”며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 최대 하락은 2,150포인트”라고 말했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급증한 상황이어서 조정이 길어지면 시장에 끼치는 파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이완기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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