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의 영역이 지상과 바다·공중을 넘어 우주로 확대되고 있다. 우주공간이라고 하면 대기권 밖을 말하며 이는 통상적으로 지구표면으로부터 100㎞ 이상이다. 이제 우주공간 자체가 새로운 전장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각 나라는 우주전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군사 우주력의 주요 요소는 감시정찰과 위치·항법·시간정보, 미사일 경보 등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앞으로 우주에서 분쟁이 시작되고 우주 무기가 전쟁의 승패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화 ‘스타워즈’처럼 행성 간 전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주에서 적국을 감시하고 또 우주공간에 군사무기를 배치해 미사일 등을 요격하는 시대가 곧 온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강대국들은 우주 분야 부대 창설 등을 추진하는 등 우주를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우주군(USSF·United States Space Force)’을 창설했다. 이 우주군은 미국의 독립된 군으로 제5군인 육군·공군·해군·해병대·해안경비대에 이은 제6군으로 탄생했다.
일본은 지난 5월 항공자위대 예하에 ‘우주작전대’를 창설했다. 일본은 항공자위대를 ‘항공우주자위대’로 확대·개편할 계획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우주 부대 창설에 있어 미국과 일본보다는 앞섰다. 러시아는 2015년 공군과 우주군을 통합해 ‘항공우주방위군’을 만들었고 중국은 2016년 전자전부대와 사이버부대에 우주전부대까지 통합한 ‘전략지원군’을 창설했다.
우리 군은 아직 주변국에 비해 우주전력 확보에는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우주 관련 산업이 초보단계이다 보니 군사적인 우주력 역시 걸음마 수준이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우주전력 확장을 위해 다른 나라에 비해 서두를 필요가 있다.
우주전력 강화의 중요성과 관련해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은 “본격적인 우주 시대를 대비해 조직과 교리를 정비할 것”이라며 “이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는 등 핵심적인 군사능력을 구비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도 늦은 감은 있지만 주변국 등 강대국의 우주력 확보에 발맞추기 위해 우주 발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공군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스페이스 오디세이 프로젝트(Space Odyssey Project)’가 바로 우주공간으로 군사력 확장을 하기 위한 첫 단계다.
공군이 3월 발표한 이 우주 발전 계획은 우주 영역이 군사적으로 중요해짐에 따라 공중우세를 우주우세로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공군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전쟁 주제 서사시인 ‘오디세이’처럼 우주를 향한 공군의 새로운 모험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스페이스 오디세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중과 우주작전의 연계성을 구체화하고, 우주 영역에 대한 자산 및 중앙집권적 통제 역량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군은 스페이스 오디세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물리적 측면, 작전적 측면, 조직·인력·시설 측면, 국내외 인식 측면 등 크게 네 가지 부분에서 우주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물리적 측면은 공중·우주 통합 군사작전능력을 구비하는 것이다. 공중과 우주 전자기파의 물리적 특성은 동일해 항공(공중)-우주 통신은 용이하다. 또 공중공간과 우주공간은 3차원의 유사한 공간으로서 물리적으로 연결돼 있어 공중·우주 통합은 공군의 군사 작전을 수월하게 한다.
작전적 측면은 항공·우주 자산 간 상호운용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안보에 있어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탄도미사일이다. 공중과 우주에서 탄도미사일에 대한 감시·식별·요격 임무는 중요하기 때문에 항공과 우주 간 상호운용능력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인력·시설 측면은 국방예산의 제한 등을 고려해 기존에 구축된 우주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공군은 현재 기상단을 통해 우주 기상예보를, 항공우주의료원을 통해 우주환경 적응훈련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우주활동에 필요한 요소들을 획득하고 있다. 이같이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우주작전 수행능력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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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인식 측면은 대내외 항공우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노력이다. 대표적인 활동이 미국 공군과 함께 진행하는 공동 파트너십이다. 공군은 2013년부터 한미 우주통합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 미 공군의 우주작전본부와 우주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핫라인을 유지하고 있다.
공군은 10년 단위로 총 3단계에 걸친 우주력 발전방향도 설정했다.
1단계는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공중·우주역량을 강화해 미사일 방어 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사일 방어 우주감시체계 연동과 감시정찰·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우주 기반체계를 만드는 것에 주력한다.
2040년까지 진행되는 2단계에서는 항공자산 활용 등을 통해 공중·우주통합작전능력 구비를 목표로 한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공군은 장기체공 무인항공기 도입과 우주작전 연동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3단계는 2050년까지 선별적 우주우세 역량 확보를 목표로 한다. 완전자율 인공지능(AI) 기술과 고출력 에너지 기술 등을 응용해 아군의 우주전력을 위협하는 것에 대한 억제능력을 확보하고 지상·공중·우주기반 대우주작전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우주를 향한 공군의 노력은 ‘스페이스 오디세이 프로젝트’ 이전부터 진행됐었다. 대표적인 것이 201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시작한 ‘국가 우주인 훈련프로그램’이다. 우주비행사 양성 계획인 이 프로그램은 전투기 조종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군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우주비행사를 양성하는 데 있어 전투기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것은 극한의 환경인 우주에서 활동해야 하는 우주비행사에게는 엄격한 신체조건과 순발력 등이 요구되고 전투기 조종사들이 이런 조건들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우주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중국 등에서도 우주비행사를 선발할 때 전투기 조종사를 우선순위로 뽑는다. 1961년 인류 최초로 우주를 비행한 러시아의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미국의 닐 암스트롱, 2003년 중국 최초로 지구 대기권 밖을 비행한 양리웨이 등은 모두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다.
우리 정부는 2010년대 초반 유인우주선 운용 계획을 세워 공군도 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우주비행사 양성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를 위해 공군은 우선 인재풀을 마련하고 이들에게 국내외 우주 분야 학위·연수 과정에 참여시키는 등의 교육을 진행했다. 인재풀에 속한 예비 우주비행사들은 전투기 조종사들로 신체조건과 임무수행 능력, 외국어(영어) 구사 수준 능력 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 이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군의 우주비행사 양성 프로그램은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다. 우리나라가 유인우주선을 언제 운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당장 우주비행사 양성에 대한 필요성을 고민해봐야 했기 때문이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우주비행사 양성 프로그램은 중단 상태이지만 필요에 따라 다시 진행될 수 있다”며 “기존에 구축한 인프라와 인재풀 등은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재 잘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우리의 우주 관련 기술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어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자력으로 대기권을 벗어날 수 있는 로켓조차 쏘아 올릴 수 없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우주전력 확장을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경기대 북한학과 겸임교수)는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우주 경쟁을 벌여왔을 만큼 우주영역은 중요한 공간이 됐다”며 “강한 우주전력 확보는 이제 필수라고 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민관군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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