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0원, 부동산 무갭투자 구합니다’
요즘 부동산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이다. 무갭투자란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거나 큰 차이가 없는 단지를 대상으로 본인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을 매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세를 안고 사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빌라 등에서 나타나만 무갭투자가 수도권 아파트로 번지고 있다.
KB 통계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1,707만원으로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5억1011만원으로 처음으로 5억원을 돌파했다. 이달 평균 전셋값은 1년 전(4억6,682만원)과 비교하면 5,025만원(9.7%) 올랐고 2년 전(4억5,938만원)보다는 5769만원(11.1%)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 가산동 소형 아파트인 비즈트위트바이올렛5차 전용면적 12㎡는 지난달 18일 1억원에 매매된 뒤, 약 2주 후인 이달 6일 매매가보다 1,600만원 비싼 1억1,6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전세금으로 집값을 충당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강서구에선 방화동 에어팰리스 전용 14.5㎡(3층)가 7월 초 1억800만원에 매매됐는데, 같은 달 말 1억1000만원에 전세가 계약됐다. 전세 시세가 강세를 보이면서, 매수인은 집을 사고도 200만원을 더 확보하게 됐다.
인근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하동 대우아파트 전용 59㎡(8층)은 7월 1억6,500만원에 거래된 뒤, 8월 1000만원 비싼 1억7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됐다. 전세 품귀 현상으로 비싼 값에도 어렵지 않게 세입자를 구했다.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에서는 중산1단지두산아파트 전용 59㎡(2층)가 8월 1억7500만원에 거래된 것이, 같은 달 1000만원 높은 1억85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거나 비슷한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마에스트로캠퍼스타운’ 아파트 전용면적 14.49㎡는 지난달 4일 1억8,500만원(12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그런데 열흘 뒤 같은 면적, 같은 층의 아파트가 1억5,500만원에 매매됐다. 매매 가격이 전셋값보다 3,000만원 낮은 것이다. 이 외에도 강동구 길동 ‘강동렘브란트’, 금천구 가산동 ‘비즈트위트바이올렛5차’, 구로구 구로동 ‘비즈트위트그린’, 관악구 신림동 ‘보라매해담채’ 등 소형 면적에서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1,500만∼1,800만원 높았다.
경기도에서도 3기 신도시가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역전이 현실화하고 있다. 3기 신도시를 분양받으려는 청약 대기자들의 전세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경기도 하남시 감이동 ‘감일스윗시티14단지’ 전용 51.76㎡는 지난달 10일 보증금 4억원(24층)에 전세가 거래됐다. 이는 지난 7월 31일과 8월 6일에 계약된 매맷값과 같은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경우 주택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매매가를 뛰어넘는 사례가 주로 매수 수요가 적은 전용 40㎡ 미만 초소형·소형 아파트 또는 오피스텔 위주로 포착되고 있는 점 또한 세입자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권혁준·양지윤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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