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의 범위가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연말에 개인투자자의 매도 행렬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시 하단을 단단하게 방어한 개인의 포지션 전환으로 연말 국내 증시가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된다.
28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말일을 기준으로 종목당 3억원 이상을 보유하는 투자자는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세를 납부해야 한다. 지난 2017년 25억원이었던 대주주 기준 요건은 2018년(15억원), 2020년(10억원) 매년 꾸준히 낮아져 내년에는 3억원으로 조정된다.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직계존비속의 보유 금액을 합산해 대주주 여부를 따지며 요건에 해당하면 내년 4월부터 매도 차익에 대해 20% 이상의 세금이 붙게 된다.
특정 시점만 피하면 양도세를 회피할 수 있는 정책 구조 탓에 연말 개인은 투매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최근 5년간 개인은 연말만 되면 평균 2조9,4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5년 1~11월간 개인은 1,9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12월에는 대주주 요건 회피를 위한 매도가 집중돼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대주주 요건이 크게 하향 조정되면서 연말 주식시장이 입을 타격이 어느 때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은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약 58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대변되는 주식투자 열풍 속 올해 개인은 왕성한 매수를 이어가며 지수를 견인했지만 오히려 이것이 부메랑이 돼 연말 폭탄급 매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대주주 요건 완화) 조정 폭이 크고 증시에 유입된 개인 자금이 많다”며 “대주주 지정 회피를 피한 개인의 자금 움직임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과거보다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개인의 비중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 폭이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발 여론이 고조되면서 여권에서도 대주주 요건 확대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전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재산이 생산적인 곳에 흘러 들어가도록 설계할 책임이 국회와 행정부에 있다”며 “반드시 대주주 자격 완화가 유예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라는 글에 현재까지 11만4,000명이 넘게 참여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