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화그룹이 단행한 8개 계열사에 대한 대표이사 인사는 그룹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의 친정체제 구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부문장이 주도하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 관련 계열사 출신 인물들이 대거 약진했다. 특히 해당 분야에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져온 젊은 인재들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포진하게 되면서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3인 각자 대표 체제(케미칼·큐셀·첨단소재)였던 한화솔루션은 김 부문장의 대표이사 내정으로 전략 부문이 더해져 4인 대표 체제로 바뀌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부문장이 그룹 신성장 사업을 이끌고 젊은 CEO들이 이를 보좌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큐셀’ 출신 태양광사업 성장에 기여
신임 대표 면면을 보면 김 부문장이 몸담았던 한화큐셀(현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출신이 적지 않다. 김 부문장을 제외하고 새롭게 내정된 9명의 대표 중 절반에 가까운 4명이 한화큐셀을 글로벌 선도 태양광 업체로 키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김맹윤 ㈜한화 글로벌부문 신임 대표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유럽사업부문장 출신이다. 한화큐셀 유럽법인장과 인도지사장을 지내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평가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큐셀이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 신임 대표는 ㈜한화 무역 부문 아테네지사장과 솔라사업팀장 등도 거쳤다. 김 대표는 글로벌 부문이 담당하는 화약 사업과 최근 없어진 ㈜한화 무역 부문의 사업 일부를 통합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한화 방산 부문 대표이사에 내정된 김승모 ㈜한화 사업지원실장 역시 큐셀 출신으로 한화큐셀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그룹 내 방산·제조 분야 전략통으로 꼽힌다. 1970년생으로 한화종합화학 전략 부문 대표이사를 맡게 된 박승덕 한화솔루션 사업전략실장은 김 부문장이 기획실장과 영업실장을 지낸 옛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거쳤다. 김종서 한화토탈 신임 대표이사도 지난 2011년부터 한화큐셀 재팬법인장을 지냈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김종서 대표는 한화큐셀이 현지 기업들을 제치고 일본 태양광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면서 “신사업 추진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은희 대표, 그룹 ‘유리천장’ 깨
그룹 첫 여성 CEO도 나왔다. 1978년생으로 2001년 입사한 김은희 한화역사 대표가 주인공이다. 한화갤러리아 경영기획팀장을 거쳐 지난해 말부터 기획부문장을 맡아왔다. 기획통인 김은희 신임 대표는 서울역 북부역세권과 대전역세권 개발 사업 등 신규 상업시설 개발 전략 강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김은희 대표 외에도 1970년대 대표가 2명 더 나오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CEO 평균 연령이 58.1세에서 55.7세로 2세 이상 낮아졌다. 한화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과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전문성과 실행력에 강점을 지닌 대표를 전면 배치했다”면서 “나이와 연차에 관계없이 과감히 발탁했다”고 강조했다. 변화와 혁신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에서 대외 업무를 담당했던 이강만 부사장은 한화에스테이트 대표에 내정됐다. 손재일 ㈜한화 지원부문장은 한화디펜스 대표에 내정되며 ‘K-방산’ 확산의 중책을 맡게 됐다.
외부 출신 인사도 중용됐다. 한화종합화학 사업 부문 대표이사로 내정된 박흥권 ㈜한화 전략실장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출신으로 지난해 한화그룹에 합류했다.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인수합병(M&A)·투자 등을 담당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출신인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 부문과 기계 부문 대표이사는 한화정밀기계 대표이사로 다시 한 번 중용됐다. 기존 ㈜한화 기계 부문 대표는 그대로 겸직한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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