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반도체 기업지원에 사활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최근 반도체 산업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과 연구시설 건립을 지원하는 150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 행정부도 연구개발(R&D) 지원금 10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은 TSMC 공장 유치에 이어 의회에서 반도체 연구를 포함해 첨단산업 지출을 1,000억달러(120조원) 이상 확대하는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과도한 생산의 외주화로 정작 생산능력은 중국 등 경쟁국에 뒤처지고 일자리를 빼앗기는 현실을 뒤집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세계 반도체 시장은 미국 업체 점유율이 47%로 절반에 육박하지만 미국 생산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중국도 자국 첨단산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은 지난달 공개된 ‘법인세 10년 면제’다. 15년 이상 반도체 사업을 유지하고 28나노미터(㎚) 이하 반도체 공정기술을 보유한 자국 기업에 주는 파격적인 혜택이다. 65㎚ 이하 공정기술을 보유한 기업에는 최대 5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을 약속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4~2018년 주요 21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중국 기업이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은 마이크론 3.8%, 퀄컴 3%, 인텔 2.2%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기업 2곳의 매출액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은 각각 0.8%, 0.6%에 그쳤다.
韓, ‘대기업지원=특혜’ 왜곡된 인식 지적
중국 정부는 ‘포스트 반도체’로 꼽히는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2017년부터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변칙지원’을 펼쳐왔던 중국 정부는 당초 올해 이 제도를 폐지하려 했으나 3월 오는 2022년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테슬라 등 해외 전기차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취득세 감면’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배터리 원재료 확보도 ‘전쟁’ 수준이다. 일본은 ‘희소금속 확보를 위한 4대 전략’에 따라 종합 상사들의 해외 광산 개발을 지원하고 있고 중국은 리튬과 코발트 확보를 위한 자원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 오히려 법인세 인상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갉아먹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미국·영국·일본·프랑스 등 21개국이 2010년 대비 2020년 법인세율을 인하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은 2018년 과표 3,000억원 초과 구간을 만들고 최고세율을 3%포인트 올렸다. 최고세율은 24.2%에서 27.5%로 높아졌다. 법인세 등 각종 세금과 규제가 두려워 중소·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을 정부가 부추기는 것이다. 한국은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외국 희소자원 확보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반도체 산업이라고 해도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할 경우 ‘특혜를 준다’는 비난으로 이어지기 일쑤”라며 “최근 세법 개정으로 확보된 지원도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간신히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김능현·이수민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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