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SMIC에 수출 규제를 가하면서 SMIC의 주가가 4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7월 최고점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홍콩증시에서 SMIC의 주가는 3.9% 하락했다. 앞서 이달에만 주가가 25%나 빠졌는데 추가 하락이 이어진 것이다. 이날 상하이증시에서도 SMIC 주가는 7% 급락하면서 7월 상장 이후 최처지로 폭락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5일 미 컴퓨터칩 제조회사들에 서한을 보내 앞으로 SMIC와 자회사에 특정 기술을 수출하려면 사전에 면허를 받아야 한다고 통지했다. 반도체 제조장비는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공급하고 있는 만큼 SMIC가 칩 제조에 활용되는 장비를 구하기 힘들게 하는 조치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한번 (제재가) 시행되면 SMIC가 제조 기술 및 고객 신뢰를 두고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으로부터 장비를 받을 수 없다면 SMIC의 수율과 품질이 빠르면 몇 달 안에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이 같은 제재조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은 미 상무부의 공식 성명이 28일 발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티프 말리크 등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제재가 발효되기 30일 전까지 의견조회 기간이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장비업체와 관련 단체들이 이번 조치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SMIC 제재로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다. 대만의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대만 증시에서 주가가 하루 한도인 10%까지 치솟았다. 역시 대만의 뱅가드국제반도체(VIS) 주가 또한 9% 이상 상승했으며 대만 TSMC도 1.8% 올랐다.
일각에서는 SMIC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수출 규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인 TSMC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이 물거품될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올해 TSMC 주가가 30% 오른 데 비해 SMIC는 50%나 올랐다”면서 “하지만 SMIC의 TSMIC 대비 매출 및 이익은 각각 10%, 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4%의 점유율을 차지한 반면 SMIC는 4.5%에 그친다.
중국의 한 펀드매니저는 “미국의 제재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 때까지 SMIC에 대해 관망할 것”이라며 “SMIC의 밸류에이션이 최근 하락세를 통해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에 이르렀지만 장기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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