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위·변조하거나 담합을 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지른 업체들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고도 최근 5년간 1조 6,000억 원 규모의 관급공사 계약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조달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최근 5년간 조달청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가 관급공사 등 사업권을 계약한 경우는 1,322건으로, 총 1조 6,205억원 규모였다.
입찰계약서 위·변조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들이 따낸 계약 규모가 6,657억원으로 가장 컸다. 담합행위를 저질렀던 업체들은 3천329억원 규모의 계약을, 입·낙찰이나 계약 체결·이행과 관련해 뇌물을 줬던 업체들은 3,068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들이 관급공사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이유는 현행 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업체들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더라도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 해당 처분을 무력화할 수 있다. 일단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처분 집행정지 상태가 되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업체들은 2∼3년간 제재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최근 5년간 조달청으로부터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538건이며 이 중 429건(79.7%)이 인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아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 10건 중 8건은 업체가 승소한다는 의미다. 기 의원은 “조달청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고 불복한 업체에 승소하더라도 이미 해당업체가 낙찰받은 사업을 취소하는 등의 제재가 어렵다”며 “이 때문에 업체들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으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부터 내고 보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업체에 대한 제재 주요 사유를 시행령에서 법률로 상향 입법해 가처분 결정에 영향이 미치도록 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조달청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부정당업체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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