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후 신용이 개선된 고객들이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 3년 반 동안 아낀 돈이 1,1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접수한 금리 인하 요구 건수는 같은 기간 4배로 뛰었는데 대부분(작년 기준 95.2%)이 비대면 신청이었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기업은행과 케이·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33만8천82건의 금리 인하 요구를 접수했다. 2017년 11만371건에서 2018년 22만 8,558건, 2019년 47만 8,150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신용평가 등급이 올랐거나 취업·승진을 했을 때, 재산이 늘었을 때 개선된 신용 상태를 반영해 대출 이자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2002년부터 각 은행에서 자율 시행됐지만 고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다가 작년 6월 법제화를 계기로 활성화됐다. 인터넷 은행에서만 가능했던 비대면 신청이 작년 1월부터는 시중은행으로 확대된 것도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금리 인하 요구 중 비대면 신청의 비중을 보면 2017년 60.3%에서 2018년 85.9%, 2019년 95.2%, 2020년 상반기 98.2%로 급증했다. 대부분이 은행 지점 방문 없이 손쉽게 온라인으로 대출 이자를 아끼고 있는 것이다.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는 2017년 4만5천820건에서 2018년 6만877건, 2019년 14만3천59건, 2020년 상반기 14만3천59건으로 늘었는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에 따른 이자 절감 추정액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438억800만원, 2018년 327억9,200만원, 2019년 277억3,100만원, 2020년 상반기 93억2,200만원 등이다. 예전에는 소수의 고액 대출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했다면 최근에는 비교적 소액을 빌린 사람도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해 이자를 아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자 절감 추정액을 수용 건수로 나눠 단순 계산하면 2017년에는 한 사람당 평균 96만원씩, 올해 상반기에는 한 사람당 평균 8만원씩 이자를 아낀 셈이 된다.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2017년 41.5%, 2018년 26.6%, 2019년 29.9%, 올해 상반기 32.5% 수준이었다. 김병욱 의원은 “더 많은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누리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홍보하고 수용률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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