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황(歌皇)’은 건재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지난 30일 방송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시청률 29%를 기록하며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다. 인기 드라마도 시청률 10%만 넘어도 ‘대박’인데, 올해 73세의 원로 가수는 2시간 40분 동안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웃겼다, 울렸다, 설레게 했다, 속이 뻥 뚫리게 했다 하면서 그야말로 전국에 ‘나훈아 신드롬’을 다시 한번 일으키고 있다. 50대 이상 한정된 팬덤이 아닌 이번에는 전 연령대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1일 포털 업계에 따르면 대중의 관심의 척도인 실시간 검색어 10위에 ‘테스형’ ‘나훈아’ ‘나훈아 나이’ ‘나훈아 콘서트’ ‘나훈아 콘서트 재방송’ 등 나훈아 관련 검색어가 포진했다.
특히 ‘테스형’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테스형’은 그가 지난 8월 발표한 ‘아홉 이야기’에 수록된 곡이다. ‘테스형!’의 가사를 살펴보면 테스형의 정체가 나온다.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은 바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사 소크라테스였던 것. 지난 30일 방송된에서 나훈아는 “우린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며 살고 있다. 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렇고 세월은 또 왜 저러냐고 물어봤더니 테스형도 모른다고 하더라. 세월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코로나 19 등으로 가슴이 답답한 시청자들의 속을 뻥하고 뚫어주는 ‘사이다’ 발언도 화제가 되면서 나훈아 어록도 실검에 올라오기도 했다. 그는 역사책을 봐도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며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고 했다. 이어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열사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다”며 “IMF때도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냐.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 팔고, 나라를 위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가 없다. 말을 잘 듣는 우리 국민이 1등이다”고 덧붙이자 실시간으로 공연을 비대면으로 지켜보던 관객들이 열광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대신 “대한국민”이라고 외치며,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그는 또 찢어진 블랙진에 흰색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일흔을 넘기 나이에도 건강하고 탄탄한 몸매를 드러내는가 하면 2시간 40분 동안 지치지 않고 무대를 뛰어 다녔기 때문이다. 그는 한창 무대를 선보인 후에는 겉 옷을 입으며 “언제까지 빨개 벗고 그랄 수는 없으니”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상의를 갈아 입는 모습을 아슬아슬하게 보여주는 등 엔터테이닝 요소까지 선사해 ‘역시 스타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연승·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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