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도요금 납부 유예까지 받았던 한국GM이 이번엔 1,500억원의 법원 공탁금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회사 측은 최악의 유동성 위기 속에서 대규모 현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법원에 현금으로 내야 하는 1,500억원 마련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한국GM은 현재 30여 건의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시달리는 중이다. 한국GM에서 일하던 사내 하청업체 소속 지원(비정규직)들이 한국GM 정규직 전환과 그 경우 받았어야 할 임금 차액 지급을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들이다. 대부분 1심과 2심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된 상태. 한국GM은 “고용노동부의 지침을 잘 따랐고 이 때문에 ‘우수 하도급 업체’로도 선정됐는데 갑자기 고용부 태도가 바뀌었다”며 “신의칙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대법원 판결 이전에 원고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미리 현금으로 법원에 공탁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GM은 이미 약 480억원을 법원에 공탁해왔는데, 현재 소송 추이라면 내년 1·4분기까지 1,500억원을 더 납부해야 한다. 수도요금을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한국GM은 이를 현금이 아닌 서울보증보험 보증서 등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법원에서는 현금 공탁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유독 노사관계 분쟁에서는 법원 내규로 현금 공탁을 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공탁을 위한 현금 마련이 ‘발등의 불’이 됐다. 지난 6년간 누적 4조7,4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한국GM은 코로나19로 인해 팀장 이상 간부급 직원의 임금 20%를 지급 유예하기로 했고 임원은 여기에 10%의 임금을 추가 삭감했다. 올해는 반드시 흑자전환을 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사실상 흑자가 힘들어졌다. 1,500억원의 현금 공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GM 노조는 회사의 적자 행진과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달 초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노조원 80% 이상이 찬성했고 전날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파업권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현재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라며 “법원 공탁이라도 현금이 아닌 수단으로 납부할 수 있게 융통성이 발휘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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