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태양광 발전소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에너지 전환정책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친환경’이라고 강조하며 보급 확대에 급급해 무리한 목표를 설정했지만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환경에 유해하다’며 반대를 하고 있다. 여기다 막상 설비를 설치해도 발전량이 기대에 못 미쳐 효율성 측면에서도 낙제점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그린뉴딜 정책을 앞세워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계속 밀어붙이고만 있다.
실제 청와대가 지난 2018년 4월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각 부처를 소집해 ‘저수지 태양광 활용 공동체 활성화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개최한 후 농어촌공사의 수상태양광 설치 계획 건수는 같은 해 26개로 급증했다. 예년 최대 3개에 그쳤던 목표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맞춰 비정상적으로 수정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수상태양광을 귀농·귀촌 사업과 연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대적인 지역 사업으로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후 저조한 실적에 사업은 흔들렸고 해당 TF 회의 역시 2018년 11월 3차 회의를 끝으로 열리지 않고 흐지부지됐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태양광·풍력 사업을 시행하며 주민들의 반대 등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가속 페달’만 밟았기 때문이다. 실제 태양광과 풍력발전 사업은 소음과 환경파괴, 생존권 침해, 적절한 보상 부재 등을 이유로 지역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정부와 사업자·지방자치단체 측이 사업 진행 방향을 이미 정해놓고 지역 의견 수렴은 형식에 그칠 뿐이라며 반발한다. 한 어업 조합의 관계자는 “이른바 ‘어용 주민’을 포섭해 주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구태가 여전하다”며 “먼저 ‘대화를 하자’고 만나 반대 의견을 한참 들은 뒤 다음날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성토했다.
주민 설득에 실패해 사업이 보류되면서 드는 막대한 비용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된다. 국내 최초 해상풍력인 탐라 풍력발전단지는 2006년 발전사업허가와 개발사업시행 승인을 받았지만 이후 11년이 지난 2017년에야 완공돼 상업운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프로젝트는 2011년 정부와 지자체·유관기관 간 개발 협약서를 체결한 후 6년 뒤인 2017년에야 공사를 시작했다. 정부는 올 7월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해상풍력 규모를 오는 2030년 12기가와트(GW), 2034년 20GW까지 공격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 수용성 확보 등 재생에너지 설비 실제 설치까지 장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목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총 104.5메가와트(㎿) 규모의 제주 평동·한대 해상풍력 사업도 지난달 고압선로·변전소에 대한 주민 반대 탓에 사실상 최종 절차인 제주도의회 환경영향평가서 동의안 심의에서 심사 보류 결정이 났고, 올 4월 제주 대정 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조성사업은 주민 수용성 문제 미해소를 사유로 아예 도의회에서 최종 부결됐다. 이에 산업부는 올 7월 지역 주민이 발전사업 주주로 참여하는 ‘국민주주 프로젝트’ 도입, 이익공유 가이드라인 마련 등 주민 수용성 제고 방안을 내놓았지만 실제 성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전국 산과 밭·농지를 뒤덮으면서 설비를 설치해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들쭉날쭉해 전력 기여도가 저조한 현실 역시 ‘신재생에너지 확대 과속’을 위해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지난해 새로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전년인 2018년 대비 27% 증가한 4,363㎿로 이 가운데 패널 등 태양광 설비가 3,789㎿로 전체의 87%가량을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았고 바이오(290㎿), 풍력(191㎿), 폐기물(81㎿)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전체 발전량 증가에 대한 재생에너지의 기여는 매우 미미하다. 태양광과 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18년 4,925㎿h에서 지난해 5,414㎿h로 늘어 정부가 계획한 발전량 증가치에는 부합했지만 아직 재생에너지가 ‘주(主)전원’ 역할을 하기에는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런 와중에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뒀다 필요한 때에 쓸 수 있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소할 대책으로 꼽히는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은 되레 위축되고 있다. 한국전력이 에너지 전환 비용, 연료비 부담 확대 등으로 인한 적자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ESS용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예정대로 폐지하고 보조금 규모 역시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각종 사회, 경제적 비용을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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