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2조6,000억원 규모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추진을 확정했다. 일부 정치권과 환경단체가 탄소 배출 등 환경 오염 우려를 제기하며 석탄발전소의 해외 건설을 철회하라고 주장했지만 한전이 사업성과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면 돌파한 것이다.
한전은 5일 이사회를 개최해 베트남 붕앙2사업 투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붕앙2사업은 베트남 북동부 하띤성에 1,200㎿급 석탄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가 22억달러(2조6,000억원) 규모로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 참여한다. 한전은 연내 사업 및 금융계약을 체결한 뒤 내년 중 착공해 오는 2025년 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사업성 여부가 검토된 지 7개월 만에 이뤄졌다. 붕앙2 프로젝트는 지난 3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나 일부 여당 의원과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사업 승인이 지연됐다. 사업 반대 측은 석탄 화력이 온실가스 생산의 주범임을 강조해왔다. 여기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일부 해외 기관투자가도 기후 변화 리스크를 거론하며 부정적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전은 그러나 베트남 당국과의 신뢰, 국내 관련 업계의 손실 우려, 환경 문제 해소 등을 앞세워 붕앙2 석탄 화력 건설을 확정했다. 정부도 지난달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상대국과 협력 관계 등을 고려해 석탄발전 사업 투자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 정부는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붕앙2 착공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한전은 아울러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수준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초초임계압’ 기술을 발전소에 적용해 환경오염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중단 시 투자를 준비해온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은 물론 수백여곳의 중소 하청업체들이 피해를 입는 것도 고려됐다.
한전의 이번 결정에도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은 당분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에서 지속적으로 해외에 석탄발전을 수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주장을 제기하는데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국제 여론도 갈수록 규제 강화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보다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 공기업들의 해외 석탄 수출을 지원할 것”이라며 “상대국 환경 개선과 국내 관련 산업 생태계에도 기여하는지 종합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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