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가 미국에서 전성기 때인 지난 2011년도의 점유율을 회복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국내 공장들이 대부분 정상 가동한데다 미국 인기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효과, 품질 경쟁력 확보 등이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한국차가 재질주하기 시작한 시점은 미국 내 자동차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올 3월부터다. 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미국 공장이 가동을 멈추기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국 자동차의 점유율은 7.7%였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공장이 가동을 멈춘 올 3~5월 중순까지 한국차의 점유율은 상승곡선을 그려 3~5월 8.9%로 올랐고 미국 공장 재가동 이후인 6~8월에도 8.9%를 유지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차가 전성기를 누렸던 2011년의 시장 점유율 8.9%를 다시 찍은 것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76.8%를 차지하는 경트럭(SUV·미니밴·소형픽업트럭)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공장 가동 중단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5.9%에 머물렀으나 재가동 이후인 올 6~8월에는 6.9%로 상승했다. 반면 GM(-1.8%포인트), 도요타(-0.3%포인트), 닛산(-1.2%포인트), 미쓰비시(-0.4%포인트) 등은 공장 재가동 이후에도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한국은 공장 가동을 지속하면서 봉쇄조치 해제 이후 수요 급증에 대비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한국 내 공장은 가동을 멈추지 않아 수출물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SUV 위주의 신차 출시와 품질 경쟁력 확보, 수출 물량 조정을 통한 효율적 재고관리도 점유율 확대에 기여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6월 출시한 팰리세이드를 비롯해 베뉴·셀토스 등 SUV 라인업을 추가했다. 또 올해 미국 충돌 안전도 평가에서 현대·기아차의 17개 모델이 ‘톱 세이프티 픽’ 이상 등급을 획득하며 2년 연속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많은 모델이 선정됐다.
한국차의 질주는 9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9월 미국 판매량은 11만1,437대로 전년 대비 13.6% 증가했다. 현대차는 5만5,918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4.5% 늘었고 기아차는 5만5,519대로 24.4% 증가했다. 특히 기아차는 텔루라이드의 선전에 힘입어 미국 진출 이후 9월 소매판매와 3·4분기 판매 실적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9월 글로벌 판매도 26만23대로 전년 대비 10.3% 늘었다. 국내 시장에서 21.9%, 해외 시장에서 7.7% 각각 증가했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미국에서는 호성적을 거두었으나 글로벌 판매량은 36만762대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33.8% 늘었으나 해외에서는 11.2% 줄었다. 쌍용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9,834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4.4% 줄었으나 전달보다는 22.5% 늘었다.
한국차의 호성적이 4·4분기에도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봉쇄조치로 가동을 중단했던 미국과 유럽의 공장이 재가동되면서 외국 브랜드 차량의 공급이 정상화되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차의 점유율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노사안정과 생산성 제고에 만전을 기해야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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