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액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회복을 주도한 전자와 자동차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업종의 3·4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내년 이후 업황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차 군단’ 부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아차(000270)는 전 거래일보다 7.68%(3,600원) 상승한 5만500원까지 오르며 지난달 17일 기록했던 52주 신고가(5만200원)를 넘어서면서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005380) 역시 전 거래일보다 4.76%(8,500원) 뛴 18만7,000원에 마감했다. 현대차 주가는 장 중 한때 5.04% 급등하며 19만원대 복귀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이밖에 현대모비스(012330)(2.61%), 현대글로비스(086280)(2.08%), 현대오토에버(307950)(8.56%) 등 현대차그룹주와 만도(204320)(10.24%), 한온시스템(018880)(4.05%), S&T모티브(064960)(6.69%) 등 자동차 부품주들이 추석 연휴 이후 첫 거래일에 동반 상승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전자업종도 강세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86%(500원) 오른 5만8,700원에, LG전자는 0.44%(400원) 상승한 9만2,1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운송장비업종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4% 올랐으며 전기·전자업종 지수 역시 0.67% 상승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전자·자동차 관련 종목의 강세는 추석 연휴 발표됐던 지난달 수출실적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한 480억5,000만달러로 집계됐으며 특히 주력 산업인 반도체(11.8%), 자동차(23.2%) 수출은 23개월 만에 증가세를 기록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이어 미국과 EU 등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경기 회복으로 한국의 수출 회복세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모습”이라며 “10월 회복 속도가 잠시 둔화되겠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수출 회복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자동차의 경우 주력 시장인 미국 내 판매량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적 기대감을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하면서 자동차 수요 회복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아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호조에 올해 3월 이후 다시 현대차의 판매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수출과 판매가 늘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현재 시장 상황이 이들 ‘전차 군단’에 힘을 더 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로 인한 선주문이 늘면서 3·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넘어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달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4분기 주력 제품인 디램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만 내년부터는 업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주가의 하방은 더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LG전자 역시 3·4분기 가전 사업과 TV 사업 호조가 지속되면서 깜짝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꾸준히 상향되고 있으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전망을 반영하듯 최근 증권사들은 앞다퉈 전자와 자동차 관련 종목을 추천 종목 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달 추천 종목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이노텍·삼성전기·현대차·현대모비스·NAVER·카카오·SK텔레콤·제일기획 등을 꼽았으며 삼성증권은 추천 종목으로 삼성전자·삼성SDI·카카오·엔씨소프트·삼성바이오로직스·SK하이닉스·LG이노텍·삼성에스디에스·키움증권·현대차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개선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이익 개선에 대한 신뢰를 높여줄 것”이라며 “두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시각 개선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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