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에 ‘페이고 원칙’은 포함되지 않았다. 페이고 원칙은 예산이 수반되는 법안을 낼 때 그에 상응하는 재원 삭감 방안을 제시하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5일 내놓은 ‘재정준칙 도입방안’에 따르면 정부가 재정 수반 법률안을 제출할 때는 재원조달 방안을 첨부해야 한다. 다만 이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어떤 법안이 막대한 재정지출을 수반할 경우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개략적인 또는 구체적인 계획을 첨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법령에도 반영돼 있는 취지를 좀 더 엄격히 해나가겠다는 것이지 페이고 원칙을 도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페이고가 배제된 것을 놓고 기재부가 국회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이 재정편성에 깊이 관여하는 상황에서 페이고는 선심성 돈풀기를 막을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일부 여당 의원들이 재정준칙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페이고까지 도입할 경우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 방향이 필요한데 이 시점에 재정준칙을 만들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준칙 도입을 주장해온 야당의 느슨한 재정준칙에 대한 반발도 예상된다. 앞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채무비율을 45% 이하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하로 유지하는 재정준칙을 마련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기재부가 이날 공개한 재정준칙은 국가채무비율을 60% 이하로,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하로 관리하도록 해 추 의원의 법안 기준에 크게 못 미쳤다.
홍 경제부총리는 재정준칙의 국회 통과가 늦어질 가능성에 대해 “여당과는 물론 야당과도 긴밀하게 협의해나갈 것”이라면서도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된다면 정부로서는 통과까지 기다리거나 스스로 (재정준칙을) 존중해가면서 실질적 재정운용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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