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술을 갖췄지만 실적이 미미한 기업들의 증시 등용문인 기술특례상장이 제도 시행 15년 만에 100번째 상장사를 배출한다. 그동안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상장 대상의 80%가 바이오기업에 편중돼 있다는 점과 일부 기업이 물의를 일으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8일 코스닥에 상장하는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넥스틴이 기술특례상장 100번째 기업이 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제도는 혁신기술과 성장성을 갖췄지만 실적이 미미한 기업의 상장을 돕기 위해 도입된 장치다. 지난 2005년 3월 첫 시행 이후 10년간 연평균 2~3개 기업이 해당 제도를 통해 상장사로 발돋움했다. 이후 특례 대상 업종을 기존 17개에서 전 업종으로 확대하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 대한 평가 부담을 완화해주는 등 보완책이 마련되면서 2018년부터 제도 활용도가 부쩍 높아졌다. 기술특례로 신규 상장한 기업 수는 2017년 7개사에 불과했지만 2018년 21개, 2019년 22개를 기록했고 올해는 30곳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특례기업은 투자자의 관심과 자금을 영양분 삼아 증시에 뿌리내린 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코스닥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알테오젠·제넥신·레고켐바이오 등도 이 제도를 통해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걸출한 기업 외에도 기술특례기업 다수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기술특례기업의 코스닥 시가총액 비중은 2005년 0.6%에서 지난달 29일 기준 12.1%로 확대됐다. 지난해 말(87개사 대상) 기준 44개사가 상장 시점 대비 매출액이 성장했으며 2배 이상 확대된 기업은 10곳이다.
특히 거래소는 바이오 섹터 상장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넥신·알테오젠·에이비엘바이오 등 15개사가 12조8,0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잠재력을 재평가받은 진단키트 업체 수젠텍·휴마시스 등도 기술특례기업이다.
다만 기술특례기업이 풀어야할 과제도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심사 중인 신라젠은 기술특례상장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었고 캔서롭과 샘코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신라젠과 같은 사례로 기술특례제도의 신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혁신기술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투자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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