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재검토하라는 여당의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짐에 따라 시행령 개정 주체인 정부가 이에 맞서 기존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대주주 요건 완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국회가 시행령 대신 모법인 소득세법 수정 강행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모법과 시행령이 충돌한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하향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이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은 한 기업의 지분을 10억원 이상 가진 대주주가 주식을 팔 때는 양도차익에 따라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게 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내년 4월부터 대주주로 분류되는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하향하기로 했지만 여당이 제동을 걸고 있다. 정부는 대주주 규정 시 가족 합산과세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주주 요건 완화에는 계속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3년 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대주주 기준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결정했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도 원안에 손을 댈 수는 없다는 논리다.
시행령 개정 주체인 기획재정부가 버티기에 나설 경우 국회가 모법인 소득세법 개정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시행령이 아닌 법안에 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식 장기 투자자에 대한 세금 감면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될 예정인 만큼 병합 심사 과정에서 양도세 대주주 요건 완화도 테이블 위에 함께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재부가 버티고 있지만 거여(巨與)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 세진 상황에서 반기를 들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주주 요건 완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요청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6월에도 금융 세제 개편 방향을 통해 국내 주식 양도차익을 2,000만원까지 공제하겠다고 밝혔으나 한 달여 만에 공제액을 5,000만원까지 확대한 바 있다. 부정적 여론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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