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차입규모를 조금씩 축소하고 있는 KCC(002380)가 전날 1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현금 상환했습니다. 지난해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난 탓입니다.
상반기 회사의 신용도는 ‘AA’에서 ‘AA-’로 미끄러졌습니다. 급증한 차입금과 저조한 영업수익성이 이유입니다. 세계 1위 실리콘업체를 품에 안으면서 실리콘 사업부문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2·4분기 기준 54.2%) 하필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회사의 실적이 글로벌 경기변동성에 한층 더 민감해졌습니다.
올해부터 KCC 재무제표에 연결 반영된 모멘티브는 1·4분기 450억원에 이어 2·4분기에도 523억원 순손실을 냈습니다. 회사는 모멘티브의 Consumer sealants 사업부문을 독일 헨켈사에 약 2,428억원에 매각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중입니다.
이와함께 오는 12월 1일 KCC의 실리콘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KCC실리콘’을 신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분 매각, 외부 투자유치, 전략적 사업 제휴 등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고삐를 조이겠다는 목적입니다. 분할 후 모멘티브에 매각 또는 주식교환 방식의 흡수합병이 이뤄진다면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사의 상반기 부채비율은 149%로 지난해 말 110.7% 대비 늘었습니다. 차입금의존도는 36.5%(지난해 말 25.2%) 입니다. 다행히 건설과 글라스 등 주요 계열사가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투자 지분 등 보유 자산에 따른 자금 조달 여력이 회사의 재무부담을 완화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KCC는 2·4분기 기준 약 1조4,000억원의 현금성자산과 삼성물산, 현대중공업 등 2조5,000억원 안팎의 상장주식, 4조7,000억원 규모의 유형자산(투자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부문의 실적이 회복돼야 본격적인 차입금 감축 등 재무지표 개선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멘티브 인수 당시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SJL파트너스의 병행매도청구권과 공동매각요구권, 수익률 보장 등 재무약정도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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