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 투자 광풍이 불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의무보유확약을 걸지 않고 손 쉽게 단기 차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상장한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기업공개(IPO) 배정 물량’에 따르면 외국인은 평균 14.70%를 배정받았지만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4.6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무보유확약은 기관 투자가가 공모주를 상대적으로 많이 배정받는 조건으로 상장 후 일정 기간 공모주를 보유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의무보유확약을 내걸지 않으면 배정 수량은 적지만 상장 후 즉시 공모주를 내다 팔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올해 공모주 열풍을 몰고 온 SK바이오팜의 경우 외국인은 전체 공모주의 31.02%(약 607만주)를 수령했지만 의무보유확약비율은 0%였다. SK바이오팜은 코스피 입성 첫날 따상(공모가의 두 배에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 기록)에 성공해 12만7,000원에 마감했다. 상장 당일 공모가(4만9,000원)대비 약 160%의 수익률을 거둔 것이다. 이후 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SK바이오팜의 몸값은 한때 26만9,500원까지 솟아올랐다.
매매에 족쇄가 없는 외국인은 주가가 급등한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매물을 쏟아냈다. SK바이오팜의 상장 직후 일주일간(7월2~9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SK바이오팜(순매도 7,417억원)을 가장 많이 팔았다. 반면 개인은 외국인이 출회시킨 물량을 적극 담으며 같은 기간 SK바이오팜을 5,88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외 종목의 외국인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카카오게임즈 15.62%, 제이앤티씨1.04%, 미투젠 0.14%, 와이팜 1.98% 등이다.
기관 투자자의 평균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37.81%로 외국인보다 크게 높았다. 하이일드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는 각각 61.10%, 47.34%였다.
김병욱 의원은 “외국인이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고 물량을 배정받아 단기간에 차익 실현을 하려는 경향이 커 보인다”며 “신규로 매수하는 개인 투자자는 단기 오버 슈팅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추격 매수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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