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임대계약을 하지 않고 다른 회사의 사업장을 기업부설연구소로 신고했다. 그것도 현지 확인시 연구인력 미달을 면피하기 위해 퇴사 인원을 외근 중이라고 둘러댔다. B사는 회사 조직도상 기술연구소도 없이 타 부서 소속 16명을 연구전담요원으로 허위 신고했다가 현장조사에서 적발됐다. C사는 연구원 인적요건을 맞추기 위해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전담요원을 신고했다가 발각됐다.
이처럼 지난 2016년부터 올 5월까지 4년 반 가까이 부실운영으로 직권 취소된 기업부설연구소가 1만5,894곳에 달하며 이곳에 2,413억원이 지원됐다고 조정식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더불어민주당 시흥을)이 7일 밝혔다. 이들에게는 조세혜택(세액공제·비과세감면)과 자금지원이 각각 2,344억원, 68억원에 달했다.
올 5월 기준 기업부설연구소는 7만1,668곳으로 2016년(6만832곳)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관리·감독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조 의원의 지적이다. 연구전담요원이 단 한 명인 곳이 31.3%(2만2,452곳)나 될 정도로 기업부설연구소가 조세혜택, 자금지원, 국가 연구개발(R&D) 참여, 병역 특례 등 각종 혜택을 노리고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조 의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 5월까지 기업부설연구소에 관한 조세혜택이 7조2,000억원이 넘었고, 전문연구요원도 약 3,300명이 배정됐다. 하지만 요건미달, 휴·폐업, R&D 활동 없음, 허위신고 등으로 최근 5년간 1만5,894곳이 직권 취소됐다. 인적·물적 요건미달이 7,857건으로 가장 많았고 휴·폐업이 4,014건, R&D 활동 없음 3,935건, 허위신고 88건이었다. 심지어 삼성물산·한국전력공사 등 대기업에 소속된 기업부설연구소도 일부 혹은 전체가 직권취소된 사례가 35건에 달했는데 이들에게 지원된 조세지출은 43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부당지원에 대한 환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허위신고로 적발된 88곳의 경우 2018년까지 3년간 17억원 이상의 조세혜택이 이뤄졌다. 국세청은 “지난해 직권취소된 것으로 확인돼 올해 사후관리 대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하는 우수기술연구센터에 선정된 기업부설연구소도 2016~2020년 7개가 직권취소됐으나 72억원이 회수되지 않았다.
조 의원은 “일부 기업들이 기업부설연구소 제도를 악용해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며 “과기정통부는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부당지원액을 추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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