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분리선임을 위한 3%룰은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자본주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고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데다 엘리엇의 공격을 받은 현대차 사례처럼 투기자본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7일 오전 열린 경총 회장단 간담회에서는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기업규제 3법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 우려스럽다”며 “논의를 보류해달라”고 국회에 재차 촉구했다.
그는 “경영환경 규제를 개선하고 경제체질을 강화해 고용과 임금이 모두 좋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고임금·저생산성 구조가 고착됐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산업경쟁력은 위축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기국회에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기업규제 3법과 집단소송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을 20%에서 30%로 올리도록 한 것은 대주주에게 매우 큰 경영 부담을 안긴다”고 설명했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 도입 법안에 대해서도 “블랙컨슈머와 법률 브로커에 의한 소송 남발과 기획소송 제기로 회복하기 어려운 경영손실이 발생하고 기업들이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소극적일 수 있다”고 했다.
손 회장은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 수급 제한을 푸는 것은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제도인 만큼 사용자에게 불리한 조항들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영환경 규제,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처벌 조항 등을 개선하고 노동권 강화 정책에 맞춰 노동 유연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개혁도 추진해달라”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감사위원 분리선임제와 관련한 3%룰에 대해 “우리 기업이 외국계 헤지펀드의 표적이 되는 것은 막고 싶다”며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면서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고 경총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손 회장은 수정을 넘어 도입 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과거 현대차·SK그룹 등이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을 언급하면서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경총은 회의에서 정부 여당의 반기업적 정책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기업규제 3법은 대기업보다 영세한 중소기업에 미치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우리 경제 발전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이 컸는데 정치권이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총 회장단 간담회에 이어 오후에는 경총·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상장사협회·자동차산업협회·코스닥협회 관계자들이 경총 회관에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기업규제 법안에 대한 경제단체의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첫 회의다. 다만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참여하지 않았다.
경총 관계자는 “공동 대응이 필요한 핵심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이달 안으로 국회에 기업규제 3법 등에 대한 종합건의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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