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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표구두약, 20년 쓴 공장 팔며 재기 나선다

구두 대신 운동화 출근 늘면서

2014년부터 6년 연속 영업적자

본사로 쓰던 공장 189억에 매각

자금 확보로 화장품 등 사업 확대





지난 60여년 간 ‘국민 구두약’으로 유명했던 말표산업이 인천 공장 통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재기에 나서고 있다. 운동화 출근이 늘면서 정장 구두 수요가 감소한 데다 수입 구두약의 잠식으로 말표산업은 지난 6년 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존폐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대규모 자산 매각과 이를 통한 현금 확보를 통해 맥주시장 진출 등 신사업으로 새 활로를 찾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말표산업은 인천광역시 남동공단에 있던 공장을 지석엔지니어링, 새날테크텍스 컨소시엄에 매각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매각가는 189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이 6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3년치 매출을 현금으로 확보한 셈이다.

9,899㎡(3,000평) 규모인 인천공장은 1992년부터 2017년까지 말표산업의 본사 역할을 한 상징적인 곳이다. 하지만 회사가 계속 어려워지자 3년전 경기도 김포로 사옥을 이전하는 동시에 인천 공장까지 매각해 구조조정에 나섰다.

말표산업은 군납업자 정두화 창업주가 1955년 설립해 1967년 국내 최초로 ‘말표 구두약’을 개발해 현재까지도 ‘국민 구두약’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국민 두 사람 중 한 명이 말표구두약을 구매할 정도로 친숙한 브랜드다.



하지만 정장 구두 시장의 쇠퇴와 수입산 구두약의 급속한 시장 잠식으로 지난 10여년 간 실적이 하향 추세를 겪어 왔다. 구두업계 1위 금강제화가 2000년대 초반 4,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다 지난해 1,900억원으로 쪼그라든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말표산업은 2010년대까지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유지하다 작년엔 64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2014년부터 6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보유 현금이 고갈됐다. 2018년말 보유 현금이 5,000만원으로 급감할 정도로 자금난을 겪어 왔다. 그러다 고심끝에 인천 공장을 성공적으로 매각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말표산업은 현재 창업주 3세인 정홍교 대표가 이끌고 있다. 정 대표의 부친인 정연수 전 회장부터 사업 다각화를 시작해 1990년대부터 건물 관리용 왁스, 자동차용품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말표산업의 구두약 매출은 전체 대비 10% 정도로 축소됐다.

인천공장 매각 성공으로 말표산업은 다시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갓 40대에 접어든 정 대표는 젊은 감각을 앞세워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지난 6일 BGF리테일과 함께 말표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식음료 맥주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올해 초엔 말표 상표를 붙여 립밤, 핸드크림, 파우치 등도 출시했다. 최근 전통적인 제조기업과 유통사들이 협력해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활용해 맥주, 화장품 등을 출시하는 트렌드를 이용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3대에 걸쳐 신사업을 추진하며 혁신을 시도한 말표산업이 인천공장 매각으로 벌어들인 현금으로 신사업을 본격 시작할 전망”이라며 “기존 왁스 중심의 화학 사업에서 반려동물 사업 등 새로운 사업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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