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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글사전 '말모이 원고' 보물 된다

'말모이 원고'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 나란히

일제강점기 한글 수호노력 '보물' 지정예고

보물로 지정 예고된 ‘말모이 원고’ /사진제공=문화재청




‘가련(可憐) ㉠참 불상한 꼴 ㉡참 어여뿐 꼴’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언해본에서 백성을 ‘어엿비너겨’ 한글을 창제했다고 밝힌 것과 같이 ‘어여쁘다’가 지금과 달리 ‘불쌍하다’는 뜻으로 쓰인 것은 20세기 초까지 이어졌다. 이는 1911~1914년 작성된 최초의 한글 사전인 ‘말모이’ 원고에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사전을 만들기 위해 제작된 ‘말모이 원고’가 보물로 지정된다. 일제의 탄압을 무릅쓰고 민족 독립의 염원을 담아 만든 ‘조선말 큰사전’의 원고도 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8일 열린 제5차 문화재위원회 회의 결과에 따라 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 ‘말모이 원고’와 국가등록문화재 제 524호 ‘조선말 큰사전 원고’ 등 2종 4건을 보물로 지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두 유물 모두 일제강점기에 우리 말을 지켜낸 국민적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며 대한민국 역사의 대표성과 상징성이 있는 문화재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전의 순우리말이며 동명의 영화소재로도 사용된 ‘말모이’는 1910년 최남선 등에 의해 설립된 학술고전간행단체 조선광문회가 주관해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들이 집필에 참여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사전이다. 말모이 원고 집필은 1911년 시작돼 1914년까지 이뤄졌다. 여러 책으로 구성된 사전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일러두기와 ‘ㄱ’부터 ‘걀죽’까지의 표제어가 수록된 1책만 전한다. 240자 원고지에 가로 붓글씨로 쓰였고 한글과 국한문 혼용으로 뜻풀이를 서술했다. 주시경의 사망 이후 제자들이 말모이 원고를 바탕으로 문법책 ‘조선말본’을 간행하기도 했으나 일제의 감시 등으로 ‘말모이’가 정식 출간되지는 못했다. ‘말모이 원고’는 현존 근대 국어사 자료 중 유일하게 사전 출판을 위해 남은 최종 원고라는 점 등에서 의미가 크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조선말 큰사전 원고’ /사진제공=문화재청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에서 1929년부터 13년간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이다. 종교인부터 사회운동가까지 108명이 사전 편찬 사업을 시작했고 영친왕이 후원금 1,000원(현재 기준 약 958만원)을 기부했다. 각지 민초들이 지역별 사투리와 우리말 자료를 모아 학회로 보내오는 등 일제의 우리말 탄압에 맞선 범국민적 운동의 밑거름이 됐다. 원고는 한글학회(8책), 독립기념관(5책), 개인(1책) 등 총 3개 소장처에 분산돼 있다. 개인 소장본은 1950년대 ‘큰사전’ 편찬원으로 참여한 고(故) 김민수 고려대 교수의 유족이 소장한 미공개 자료로, 이번 조사과정에서 발굴됐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학자들이 참여해 지속적으로 집필·수정·교열 작업을 했기에 손때 묻은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됐다가 1945년 9월 8일 경성역(지금의 서울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1957년 ‘큰 사전’(6권)이 완성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유물은 철자법, 맞춤법, 표준어 등 우리말 통일사업에 관한 국어사적 가치가 있으며, 우리말 사랑과 민족독립의 염원이 담겨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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