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사상 유례없는 매수세로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동학개미’가 연초 이후 가장 긴 매도 랠리를 펼치며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강력한 매매 주체였던 개인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국내 증시 거래 규모도 이달 들어 40% 가까이 급감했다. 올해 말 시행될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강화를 비롯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불안감들이 개인의 주식시장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들은 1,69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장중 순매도 규모는 2,800억원대에 이르기도 했다. 개인들이 코스피시장에서 ‘팔자’로 돌아선 것은 이날로 6거래일째로 지난 6월 초 기록한 5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넘어섰다. 개인들은 지난달 28일부터 매 거래일마다 1,000억~5,000억원 규모를 팔아 이날까지 총 1조4,87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기관도 6,152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7,582억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를 상승세로 이끌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2,400선을 넘기도 했으나 전 거래일 대비 0.21%(5.02포인트) 오른 2,391.96으로 마감했다.
지난 6거래일간 개인들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LG화학으로 이 기간에만 3,905억여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들은 지난달 17일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사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직후부터 하루를 제외한 12거래일 내내 LG화학 주식을 팔고 있다. LG화학의 분사 발표 후 순매도한 금액만 9,000억원대에 이른다. 삼성전자(약 2 440억원), 카카오(약 1,948억원), 포스코(약 1,245억원) 등도 개인들이 대거 ‘팔자’에 나선 종목들이다.
그동안 시장의 강력한 수급 엔진이었던 개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유가증권시장 내 거래 규모 역시 9월 말을 기점으로 대폭 줄어든 모습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8월 16조1,900억원 수준이었지만 9월22일 하루 거래금액 17조9,000억여원을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해 10월 들어서는 일평균 약 10조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4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이 올해 말로 계획된 ‘대주주 요건 강화’ 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 대주주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이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질 수 있어 미리미리 주식을 처분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오는 12월 말 기준 특정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는 세법상 대주주로 분류되고 이들은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주식 매매차익의 22~33%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서는 대주주 요건 변화 직전 해의 연말에는 개인 매도가 크게 확대되는 일이 반복돼왔는데 올해는 증시를 주도한 세력이 개인이었던 만큼 파급력이 더욱 클 것을 전망해 한발 빠른 움직임이 나타나는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 등도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잠시 이탈하는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지에 따라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급력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보다 관망세로 돌아선 개인이 많다는 의미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테크 기업들의 규제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며 “나스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코스피 역시 다음주 부진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겨울철이 다가오며 유럽을 중심으로 재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혔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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