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가 세 번의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본금으로 독주 체제를 갖추자 본격적으로 추격전을 펼치려는 모양새다. 토스뱅크 역시 내년 출범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선 만큼 인터넷은행 3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뱅은 4,000억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달 증권사 대상으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지난 7월 4,000억원 증자를 완료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재차 자본금 확충에 나선 것이다. 내년 초중반으로 예상되는 증자가 마무리되면 케뱅의 자본금은 1조3,000억원대로 늘어나게 된다. 케뱅 관계자는 “내년 유상증자를 목표로 사전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정확한 시기나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어 “카카오뱅크가 이미 세 차례 증자로 자본금을 늘렸고,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추가 증자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만큼 우리도 자본금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케뱅이 잇따라 자본 확충에 나선 이유는 승승장구 중인 카뱅과의 격차를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케뱅은 국내 최초의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했으나 지난해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대주주로 올라서지 못했고 자본 확충이 지연돼 지난해 4월부터는 1년여간 사실상 대출 업무가 중단됐다. KT가 올 7월 자회사인 BC카드를 내세워 케뱅 지분을 인수했고, 증자에 나서면서 가까스로 숨통을 트게 됐다.
신발 끈도 바짝 동여매고 있다. 증자 후 은행권 최초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았고, 주주사인 우리카드와 손잡고 고금리 상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빅히트 공모 청약증거금으로 최대 4,500만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행사도 펼쳐 눈길을 모았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공격적인 행보다. 이문환 케뱅 행장은 “2022~2023년 흑자 전환되면 IPO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뱅의 분발 속에 인터넷은행끼리 경쟁도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지난해 출범 1년 6개월 만에 흑자 전환한 카뱅의 경우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9% 급증했다. 자산 규모는 6월 말 현재 24조원을 넘어섰다. 여세를 몰아 내년 하반기 IPO도 추진한다.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업 예비인가를 획득한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이 부대 조건으로 내건 인적·물적 요건 등을 갖춰 내년 1·4분기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심사가 진행되고 허가를 받으면 토뱅은 후속 작업을 거쳐 내년 7월 무렵 출범하며 본격적으로 인터넷은행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3사의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카뱅은 지난달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과 코어뱅킹 등 20개 분야에서 유수의 개발자를 대거 채용했고, 케뱅과 토뱅 역시 정보기술(IT) 인력을 중심으로 전문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과정에 3사는 만 3년 근속 시 1개월 휴가(카뱅), 스톡옵션 1억원(토뱅) 등의 파격적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김현진·김광수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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