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최장 장마 쇼크와 연이은 태풍 등 궂은 날씨의 영향으로 배추 가격이 뛰면서 국민 반찬 김치마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배추 가격이 도매 기준으로도 포기당 2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식자재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예 포기김치를 팔 지 않는 곳도 있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김치 시장 1위 브랜드인 ‘종가집’의 공식 쇼핑몰인 정원e샵은 아예 포기김치를 팔고 있지 않다. 대상은 “올해 장기적인 장마와 태풍으로 농산물 작황에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정 수량으로 포기김치를 판매했지만, 품질 저하로 공급량이 부족해 판매를 한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포기김치 대신 다른 김치 제품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바람에 품귀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대상은 “최근 묵은지 매출이 급증했는데, 묵은지는 생산 후 3개월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다음 달에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내년 3월까지는 한정 수량으로만 판매한다”고 전했다. 대상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배추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예년보다 생산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CJ제일제당의 공식 온라인몰인 CJ더마켓에서도 묵은지와 백김치에는 ‘임시 품절’ 딱지가 붙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물량이 달려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배추(상품 기준) 10㎏ 도매가격은 평균 2만2,780원을 기록해 평년 가격 1만2,307원보다 85.1%나 뛰었다. 이는 1년 전 가격 1만8천720원과 비교해도 21.7%가 급등한 것이다.
김치업계 관계자는 “태풍 영향으로 올해 늦여름 배추밭이 다 망가졌다”며 “그 이후에 심은 배추가 자라 수확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는 지금처럼 김치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김치는 귀한 몸값이다. 온라인 한 김치 쇼핑몰은 최근 배추김치 가격을 3㎏에 1만9,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올렸다. A 농산은 공지사항을 통해 “모두가 힘든 시기에 가격이 계속 인상 변경됨을 말씀드리기가 힘들고 죄송스럽다”며 “추석 이후에도 배추 수급이 어렵다”고 알렸다. A 농산은 겉절이는 당분간 판매 중지, 백김치는 일시 품절로 15일 이후에나 주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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