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들이 앞다퉈 국내선 취항을 늘리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해외 하늘길이 막히며 국내선으로 눈을 돌렸지만 국내 여객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항공사 9곳의 국내선 여객 수는 368만9,758명으로 전년 동기(511만916명) 대비 27.8%가 줄었다. 지난 8월(558만3,486명)과 비교하면 33.9%가 감소했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여파에 연초 이후 노선 운항을 급격히 줄였다. 올 1월 LCC들의 국내선 운항 편수는 9,363편이었으나 3월에는 4,518편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내국인 관광객 회복세 등 수요가 늘어나자 올 9월에는 1만7,569편까지 국내선 운항을 확대했다. LCC들이 국내선 운항을 크게 늘린 것은 경영 손실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LCC들은 인건비·운영비 등 매달 수백억원에 달하는 고정비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비행기를 세워두는 것보다 국내선이라도 늘리는 편이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이다. 문제는 LCC들이 경쟁적으로 국내선을 확대하며 출혈경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수요가 가장 많은 내륙과 제주를 잇는 국내선 운항은 모든 항공사가 운항 편수를 늘이며 고객 잡기에 나섰고 충청권, 서울 강남, 강원 이남 승객까지 포괄하는 청주공항에는 진에어(272450)·티웨이항공(091810)·제주항공(089590)이 잇따라 운항 편수를 늘리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권 가격은 더욱 싸질 수밖에 없다. 에어서울은 최근 국내선 전 노선의 할인을 시작하며 편도 총액 7,900원부터 가격을 책정했고 ‘부산~김포’ 노선을 비롯해 대다수의 편도 항공권은 1만원대부터 구입이 가능하다. 특히 LCC들은 군산·여수·포항·양양 등 이용객이 적은 지방 공항에도 노선 운항을 늘리다 보니 오히려 비행기를 띄울수록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LCC의 한 관계자는 “가격경쟁으로 3·4분기에 적자폭이 커질 것”이라며 “4·4분기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운영비를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국내선 운항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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