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없고 한숨을 돌릴 장소도 없었는데 벤츠에서 선뜻 전시장을 내줘 큰 도움이 됐습니다.”
벤츠 딜러사 중 한 곳이 15시간40여분 만에 진압된 울산 삼환아르누보 건물화재 출동 소방관들에게 전시장을 내준 소식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해당 딜러사는 이날 정상 영업도 포기하고 소방관들에게 1,000만원가량의 식사까지 대접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 딜러사인 스타자동차는 삼환아르누보 인근 5층 규모의 자사 전시장을 오전7시부터 소방관 등 인력 1,300여명에게 ‘현장 지휘본부’로 내줬다. 스타자동차가 전시장을 내주기 전까지 소방관들은 지난 8일 오후11시7분부터 8시간가량 길 위에서 틈틈이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이날 스타자동차가 대리점을 내준 배경에는 유재진(사진) 스타자동차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전날 밤 화재 소식을 전해 들은 유 회장은 이날 오전7시 회사 임원진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임직원을 다독여 “지역 주민이 화마(火魔)에 떨고 있고 소방관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도와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유 회장의 자기희생 정신을 익히 알고 있었던 임직원들도 의기투합했다. 화재 현장은 대로변 아파트였고 근처 골목은 주민들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아파트 내 공터는 화재 잔해가 떨어져 지휘본부를 차릴 곳이 없었다. 이를 본 유 회장은 소방당국 측에 인근에 있는 자사 대리점을 ‘현장 지휘본부’로 써줄 것을 먼저 제안했다. 이를 위해 스타자동차는 이날 울산 대리점의 정상 영업을 포기했다. 고객과 지역사회를 위한 작은 위안이라며 몸을 낮췄다.
현장 소방관들은 “밤새 화장실도 못 가고 어려움이 많았는데 진심으로 고맙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 스타자동차는 소방관들에게 휴식 장소는 물론 식사까지 제공했다. 스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도시락만 총 300인분을 준비했고 김밥 등 간식거리까지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긴급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이날 화재는 오후2시50분께 완전히 진압됐다. 출동 소방관들이 철수하자 스타자동차는 화재 현장에서 날아온 잔해를 치웠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딜러사인 스타자동차는 유 회장이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을 맡는 등 지역사회의 어려운 일에 앞장서고 있다. 매년 사랑의 헌혈, 사랑의 쌀 기부, 지역 자율 방범대에 매년 차량 1대 기증, 환경미화원에게 겨울마다 방한복 200벌 제공 등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미담을 전해 들은 지역의 한 주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판매도 힘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자기 희생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제대로 된 기업가 정신을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8일 오후11시14분께 ‘12층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는 목격자의 최초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후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고층부를 중심으로 급속히 번졌다./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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