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AMD가 경쟁업체인 자일링스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최종 타결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협상이 진전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주에라도 타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인수금액은 자일링스의 가치에 프리미엄을 더해 300억달러(약 34조5,750억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은 AMD와 자일링스 간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아날로그디바이스(ADI)·맥심인터그레이티드, 엔비디아·ARM에 이어 올해 세번째로 큰 규모의 빅딜이 된다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기반을 둔 AMD는 PC와 게임용 콘솔 등에 사용하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프로세서 분야의 최강자인 인텔의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PC를 비롯해 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용 콘솔의 수요가 치솟으면서 막대한 반사이익을 누렸다. 올 2·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6% 오른 19억3,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순익은 1억5,700만달러로 4배나 늘었다. 그 결과 주가가 전년 대비 89%나 오르며 시장가치는 1,000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WSJ는 최근 주가 급등이 AMD의 인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근거지를 둔 특수 반도체 기업 자일링스는 주로 무선통신, 데이터센터, 자동차 및 항공기 기업에 칩을 공급한다. 세계 최대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이기도 한 자일링스의 현재 시장가치는 260억달러에 달한다. 올 들어 주가는 지난해 대비 9%가량 올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에 대한 부품공급을 제한하면서 최근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자일링스 매출에서 6∼8%의 비중을 차지한다. AMD가 자일링스를 인수하면 인텔을 상대로 한 경쟁력이 배가되는 한편 급성장하는 통신 및 방위산업에서도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WSJ는 내다봤다. AMD의 경쟁업체인 미국 엔비디아가 지난달 영국 반도체설계 업체 암홀딩스를 4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하는 등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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