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모씨는 지하철 시청역에 내리면서 신한페이판(PayFAN)으로 회사 근처 스타벅스 매장에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이달 들어 모두 7잔을 마셔 무료 쿠폰까지 지급됐다. 커피를 찾고 파리바게뜨에 들러 생일인 박 대리를 위해 케이크를 사고 페이북 쿠폰으로 1,000원을 할인받았다. 퇴근 후에는 아파트 관리비, 도시가스, 전기요금 같은 공과금을 이달부터 하나원큐(1Q) 생활요금 자동납부 서비스로 신청했다. 무려 3만원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받게 됐다. 김씨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편의성이 크지만 신용카드 플랫폼에 숨겨진 할인 혜택이나 서비스가 많아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가 자사 플랫폼을 개조하며 이용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급결제 시장의 주도권이 카드사에서 테크핀(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카드사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할인 혜택 제공 등의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이 총력을 기울여 준비한 ‘KB페이’가 오는 15일 첫선을 보인다. KB페이는 KB금융 계열사의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금융권 최초로 선보이는 독자 간편결제 플랫폼이다. 기존 ‘KB국민 앱카드’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기존 카드사 플랫폼이 자사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KB페이는 경계를 허물었다. 자사 국민카드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페이처럼 타 금융지주 계열 은행 계좌와 연결하거나, 타 카드사들의 카드 등록도 가능한 개방형 시스템을 갖췄다. 국민카드를 소유하지 않거나 국민은행에 계좌가 없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다양한 간편결제 수단을 모두 담는 동시에 은행·보험·증권 등 KB금융 계열사와 다양한 연계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KB페이는 간편결제 기능은 물론 송금·환전·멤버십 등 KB금융의 전반적인 금융업무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카드는 신한페이판을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신한카드가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타임라인’ 서비스는 카드 승인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소비행태에 따른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토털 소비관리’를 도입해 저축은행을 포함한 전 은행 계좌의 입출금부터 증권사 거래내역, 전 카드사 이용내역까지 분석한 데이터를 소비 리포트로 제공하며 합리적 소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용 고객이 많은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며 신한페이판으로의 유입을 늘리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 오더’ 서비스를 통해 스타벅스 앱이나 회원 가입, 선불카드가 없어도 신한페이판 내에서 스타벅스 매장으로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실물카드 없이 터치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아이폰 터치 결제케이스’도 출시 직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카드의 하나원큐페이는 해외 사용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전처럼 해외여행을 가면서 플라스틱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비자·마스터와 손잡고 약 70개 국가에서 하나원큐페이 앱을 구동하면 결제가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는 대중교통 수단도 한국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처럼 원큐페이를 구동해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결제가 완료된다. 실물카드를 들고 다니거나 별도로 교통카드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BC카드의 모바일 금융 플랫폼 페이북도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지난 2017년 온·오프라인 결제시스템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여행·문화·맛집·쇼핑 등의 멤버십 서비스를 추가하며 최근 누적 고객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결제액은 최근 3년 기준 매년 10%씩 증가하는 추세고, 올해 상반기에는 6조5,000억원의 결제액을 달성하며 월평균 결제액 1조원을 넘어섰다. GS25·CU·이마트24·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국내 5대 편의점은 물론 대형마트·면세점·커피전문점·놀이공원 등 약 17만개 가맹점을 보유해 사용 편의성이 높은 것이 강점이다.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추가하며 금융 전문 플랫폼으로의 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수협은행 등과 제휴해 페이북에서 입출금 계좌, 적금상품을 개설할 수 있다. 금 투자, 보험 가입 등도 페이북에서 가능하다.
삼성카드는 플랫폼이 아닌 삼성페이와의 협업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증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카드업계 최초로 해외 매장에서 결제가 가능한 ‘삼성페이 해외결제’ 서비스를 오픈했고, 최근에는 온·오프라인에서 삼성페이로 결제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삼성페이카드도 출시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물카드가 아닌 카드사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다양한 할인이나 캐시백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이를 누리는 소비자가 아직 많지 않다”며 “평소 자신이 사용하는 카드 플랫폼을 수시로 확인해 더 많은 혜택을 가져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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