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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대주주 요건 완화, 코너 몰린 기재부 선택은?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당정이 이번에는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의 보유액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두고 대치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합산과세에서 개인과세로 바꾸고 지분율 1% 기준도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대주주 기준 3억 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요.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하향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기획재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에 여당은 대주주 요건 변경을 오는 2023년으로 2년 유예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했습니다. 기재부가 끝까지 버틸 경우 여당이 앞장서 법 개정에 나설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매번 여당과 대립하던 야당도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같은 목소리로 국회에서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재부가 계속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 그리고 코너에 몰린 기재부가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이번 기사에서 톺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재부 “이미 2년 전 시행령 개정까지 완료…과세 형평·정책 일관성 차원”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대주주 요건 완화가 무엇일까요?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은 한 기업의 지분을 10억 원 이상 가진 대주주가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에 따라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게 하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3년 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4월부터 대주주로 분류되는 기준을 기존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하향하기로 했었는데요. 시행을 앞두고 ‘동학 개미’들의 반발이 커지자 여당이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기재부는 계속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일단 기재부는 크게 과세 형평성, 그리고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원안에 손을 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대원칙, 그리고 이미 시행령 개정을 완료하고 예고까지 마친 것을 뒤집을 경우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정부 신뢰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로 홍 부총리는 지난 8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3억 원이라는 게 한 종목당 3억 원이다. 두 종목이면 6억 원”이라며 “너무 높다, 낮다 판단이 있겠지만 정부로선 이미 2년 전에 법을 바꾸고 시행령에 3억 원이라고 예고해 다시 거꾸로 간다는 게 정책 일관성과 자산소득 과세 형평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기재부는 주식 보유액 기준은 계획대로 3억 원으로 낮추지만, 세대 합산을 개인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대주주 지분을 산정할 때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보유분까지 합산하도록 한 규정으로 ‘연좌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 따른 일종의 보완책입니다. 세대 합산을 인별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종목당 양도세 부과 기준이 6억~7억 원 정도로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입니다.



◇與野 “계속 버티면, 우리가 법 개정” 엄포…내년 6억, 내후년 3억 연착륙·대주주 지분율 조정 보완책도

기재부가 3억 원 하향 기준을 고수하자 여당은 시행령 대신 국회가 직접 나서 법 개정에 나서는 방안까지 추진할 기세입니다. 시행령 개정 주체인 기재부가 버티기에 나설 경우 국회가 모법인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관련 내용을 시행령이 아닌 법안에 못 박아버리겠다는 것입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2년 후면 (주식) 양도소득세가 전면 도입되는 만큼 대주주 요건 완화는 달라진 사정에 맞춰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지금 대주주 요건을 변경하기보다) 2년 뒤에 새로운 과세 체제 정비에 힘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대주주 요건 변경을 2023년으로 2년 유예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인데요. 김 원내대표는 “충분히 여론을 수렴한 후에 조속한 시일 내에 당정 협의를 통해 관련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재부가 현재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크게 세 가지로 보입니다. 우선, 여당 다수 안인 대주주 요건 변경 2년 유예안을 받아들여 시행령을 고치는 방안입니다. 현재 여당 내부적으로는 정부가 6월 금융 세제 개편안을 통해 2023년부터 연간 5,000만 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면 양도소득세를 내도록 한 만큼 2년만 대주주 요건 변경을 유예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입니다. 둘째는 당과 정부가 서로 한발씩 물러나 타협하는 방안인데요. 당에서는 연착륙 차원에서 대주주 기준을 내년 6억 원, 내후년 3억 원으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3억 원 기준에 손을 대진 않되 지분율 조정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상장회사 대주주 범위는 현재 지분율 1% 또는 종목별 보유액 10억원 이상이며 내년 4월부터는 지분율 1% 또는 종목별 보유액 3억 원 이상으로 확대되는데요. 1%인 대주주 지분율을 존치할지, 조정할지를 최근 상황을 고려해 검토해보겠다는 겁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대 합산을 인별로 전환하기로 한 발 물러난 데 이어 또 한 수 접는 셈인 것이죠.



◇최후 시나리오, 母法과 시행령 충돌 벌어질 수도

최후의 시나리오는 기재부가 끝까지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입니다. 여야가 합심해 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대주주 요건 완화를 2년 유예시키는 방안입니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미 관련 법까지 발의하며 법 개정을 통해 대주주 3억 원 기준 하향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국회에서 마음만 먹으면 여야 합의 처리로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대주주 요건 하향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양도세 문제가 쟁점인데 저도 여당 의원들과 의견이 같다”며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니 기재부 의견은 참고하고 여야가 뜻을 모으면 (대주주 요건 10억 원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당 류성걸 의원 역시 “제가 이미 ‘현대판 연좌제’로 평가되는 가족 합산을 제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며 “대주주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고 기준도 최초 100억 원에서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이 경우 모법과 시행령이 충돌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기재부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주주 요건 완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요청하는 글까지 올라온 상태인데요. ‘동학 개미’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며 청와대까지 나설 경우 기재부도 결국은 일정 부분 타협해 시행령을 고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6월에도 금융 세제 개편 방향을 통해 국내 주식 양도차익을 2,000만원까지 공제하겠다고 밝혔으나 한 달여 만에 공제액을 5,000만 원까지 확대한 바 있습니다. 부정적 여론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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