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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WTO 사무총장 결선 진출’ 유명희, ‘노벰버 서프라이즈’ 이룰까





이제 고지가 눈 앞에 보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해 1, 2라운드를 거치며 ‘최종 2인’에 든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선전했다는 박수를 받을 만 합니다. 하지만 기왕 결선까지 오른 만큼 ‘사상 최초 여성 WTO 사무총장’이라는 타이틀을 유 본부장이 거머쥐었으면 하고 바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대는 처음부터 유력 후보=유 본부장이 결선에서 맞붙게 될 후보는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나이지리아 전 재무부 장관입니다. 나이지리아에서 두차례 재무장관(2003∼2006, 2011∼2015)과 외무부 장관(2006)을 역임한 최초의 여성 정치인입니다. 1970년대 나이지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MIT 대학원에서 지역경제 개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세계은행에서 25년간 근무해 국제무대에서는 인지도가 꽤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재무장관 시절인 2012년에는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총재직을 두고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으로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속에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고 하네요.

이런 이유 때문인지,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은 선거 초반부터 유력 후보, 그러니까 ‘끝판왕’으로 점쳐졌던 인물이라는 겁니다. 개인 역량도 역량이지만, 아직 아프리카에서 WTO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한 만큼 표가 아프리카 후보에 밀릴 것이라는 지정학적 이점도 갖고 있습니다. WTO 사무총장 선거 초반, 이런 예상이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남성 일변도에서 벗어나 여성 후보가 유리할 것이고, 지역 안배를 많이 고려할 것’이라는 게 그 예상입니다. 결선을 앞 둔 현재, 여성 후보가 유리하리라는 예상은 사실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지역 안배는? 164개 WTO 회원국을 지역별로 보면 아프리카가 40여개국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유럽연합(EU), 아시아, 미주 등의 순입니다. 유 본부장에 다소 불리한 환경인 것은 사실이죠.

사실 우리 정부도 지역 안배를 깨뜨릴만한 논리를 개발하는 데 처음부터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유 본부장은 선거 초반부터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고 분쟁 해소기구가 사실상 식물화한 이 위기에 WTO 개혁이 시급하다’고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이게 얼마나 세계 164개 WTO 회원국에 먹혀 들었을지, 최종 3라운드 결과가 말해 줄 것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18년 9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 우호적’ 중국, ‘수출규제’ 일본 변수지만...=WTO 회원국들은 이미 복잡한 계산을 시작했을 겁니다. 일단 회원국들은 두 후보의 국가가 자유무역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라는, 그래서 다자무역체제인 WTO 부활을 이끌어 나가는 진정성은 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남은 것은 자국의 이해득실일 것입니다. 3라운드는 특이하게 만장일치 방식으로 결정됩니다. 한 표라도 반대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164개나 되는 회원국의 입장이 저마다 다를 진데 만장일치가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최종 라운드에서는 ‘컨센서스’가 형성된다는 것이 통상당국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대 교역·투자국인 아프리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 수출규제로 간극이 너무 커진 일본 등 하나라도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한국의 유 본부장은 다소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한테도 해당 되는 얘기겠습니다만, 당장 다음 달 3일 대선을 앞둔 미국의 입장도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청와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전화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승부는 지금부터일 수 있습니다. 유 본부장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WTO 정상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경우 EU를 설득, 유 본부장이 25년 통상 전문가로서 WTO 정상화에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해 비토권 행사를 막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앞서 말씀드렸듯, 최종 라운드는 컨센서스가 형성이 돼서 한 국가만 유독 반대를 표명하는 현상은 잘 벌어지지 않는 것이 전례라고 합니다. 이런 퍼즐이 맞춰진다면 ‘한국인 최초 WTO 사무총장의 탄생’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WTO 사무국은 3라운드이자 마지막 라운드의 협의 절차를 이달 하순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진행, 최종 결론을 11월 7일 전에 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방한해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거나 북한 측과 깜짝 접촉하는 이른바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는 사실상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렇다면 유 본부장 WTO 사무총장 선출이라는 ‘노벰버(11월) 서프라이즈’는 과연 가능할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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