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비비고가 식품업계에서 ‘메기 효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비고가 갈비탕, 육개장 등 국물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에 진출한 후 이 시장은 5년 사이 6배 성장했다. 냄새와 손질의 어려움으로 HMR에 맞지 않다고 했던 수산물 시장도 비비고의 도전으로 각 식품업체의 각축장이 됐다. 비비고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자 식품업체의 2~3위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지며 식품업계 품질 경쟁 역시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11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물 HMR 시장은 올해 3,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물 HMR시장 규모는 2015년 495억원으로 5년새 6배 성장하는 셈이다. CJ제일제당은 2016년 6월 상온 보관이 가능한 제품으로 국물 HMR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실온 보관 국물 HMR은 재료가 흐물흐물해져 식품업계가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비비고는 상온에서도 재료 고유의 식감을 유지하는 ‘원물제어기술’을 도입해 성공했다. 유통기한이 짧은 냉장 HMR의 한계가 극복되면서 국물 HMR시장은 2016년(727억원), 2017년(1,491억원), 2018년(2,084억원), 2019년(2,324억원)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비비고가 부동의 1위를 기록하며 2·3위 쟁탈전도 치열해졌다. 지난해 말 시장점유율 1위 비비고(46.1%), 2위는 오뚜기(10.5%), 3위 대상(5.4%)가 차지했다. 올 들어 8월 누계로는 2위 오뚜기(10.7%), 3위 동원F&B(4.6%), 4위 대상(4.3%)으로, 지난 5월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동원F&B가 3위에 올라섰다.
손질의 번거로움과 냄새 등으로 HMR이 되기 어려울 것이란 업계 선입견을 깨고 비비고가 지난해 생선구이 제품을 내놓자 이 시장 역시 식품업체 각축장으로 떠올랐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 고등어, 가자미, 삼치구이로 수산물 HMR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출시 1년 만에 비비고 수산물 HMR은 매출 100억원을 돌파, 올해 말까지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뒤를 이어 대상 청정원은 지난 2월 ‘집으로ON 어린이 순살생선’ 2종을 선보였고, 동원산업도 8월 수산물 HMR 브랜드 ‘수산명가’를 내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수산물 HMR시장은 지난 2018년(240억원)에서 올해 500억원을 넘보며 2년새 2배 이상 신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요리에 대한 부담감이 늘어나는 가운데 생선요리는 원물 손질과 연기로 인해 조리가 어려운 메뉴라 HMR 의존도가 더 높아 성장률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비비고가 만두를 시작으로 식품업계에 건강한 긴장감을 주는 ‘메기 효과’를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만두에 이어 국물요리 HMR, 수산 HMR을 비비고가 개척하자 덩달아 시장이 커지는 효과는 물론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비고 만두가 출시되기 전 국내 만두시장에는 신상품이 거의 없었지만 비비고가 출시되면서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만두소에서 만두피까지 다양한 제품이 쏟아졌다”며 “비비고가 제품력을 기반으로 시장에 상온 국물요리, 수산 HMR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자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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