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해 하반기부터 사모펀드에 편입된 자산을 수탁사·사무관리사·판매사에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 시스템 참가자들의 자율적인 상호 감시를 기반으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같은 사모펀드 관련 사기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예탁결제원은 12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예탁원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펀드넷을 통해 사모펀드와 대체투자자산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년 하반기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펀드넷은 예탁원이 운영하고 있는 펀드 후선업무(백오피스) 지원 전산망인데, 이때까진 공모펀드나 주식·채권 등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었다. 그러나 올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모펀드나 대체투자자산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이고 실제로는 부실기업의 사채를 담았다. 그러나 판매사·수탁사·사무관리사 모두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잔고를 검증할 길이 없었다.
이에 따라 우선 부동산이나 메자닌 채권 등 시장성이 낮은 자산에 상품 코드를 표준화하는 시스템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집합투자업자와 신탁업자가 자산 내역을 비교·검증할 수 있는 ‘잔고대사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 사무관리사나 수탁사, 판매사 등도 사모펀드에 들어 있는 자산 명세를 교차 검증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김용창 예탁원 사모펀드투명성강화추진단장은 “공모펀드 등에선 시장 표준이 정해져 있으나 사모펀드나 비시장자산에 대해선 관리 표준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보를 공유할 때 표준이 없어서 정보격차가 생기고 관리에 실패할 생길 개연성이 높아 그런 측면을 이 시스템에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예탁원은 이번 시스템이 ‘당국 감독’이 아닌 ‘민간 행위자 간 상호 감시·견제’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단장은 “공모펀드는 규제 중심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사모펀드에선 참가자 간의 상호 견제·감시가 가능한 정보공유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창섭 예탁원 자산운용지원본부장은 “사모펀드의 특성을 살린 상태에서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보면 된다”고 역설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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