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 가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은 저와 같은 엔지니어가 업무 성과를 인정받는 동력입니다. 생활필수품인 가전 제품의 에너지 절감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 저의 사명이고 동료들과 수행한 업무로 발전소 1기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1991년 LG전자(066570)에 입사한 뒤 줄곧 엔지니어의 길을 걷고 있는 송계영 연구위원은 1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간 ‘에너지 절감’에 쏟은 노력을 털어놓았다.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선정한 올해 9월의 엔지니어다.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은 산업현장의 기술혁신을 장려하는 목적에서 제정된 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매달 한 명씩 수상한다.
송 연구위원은 냉장고의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LG 시그니처·오브제 냉장고 등 다수의 혁신제품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가정 전기 사용량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냉장고를 바꾸기 위해 냉각 사이클의 고효율화, 최적의 운전제어 방법 설계 등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해왔다. 세계 최초로 가정용 대용량 냉장고용 리니어 컴프레서를 개발했고 한국 최초로 자연냉매를 활용한 냉장고 사이클을 개발하는 등 굵직한 기술혁신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에너지나 비용 증가 없이 오롯이 냉장고 운전을 제어하는 기술만으로 일반 냉장고에서 온도 변화가 아주 낮은 김치냉장고 수준(±0.5℃)의 온도 변화를 구현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송 연구위원이 상상하는 미래의 냉장고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냉장고는 식품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본래 기능에서 스마트홈 허브 기능까지 아우르며 변화하고 있다”며 “혁신 초기에는 대용량, 정온 유지, 에너지 절감 기술에 주목했지만 이제는 사용 편의성과 심미적 니즈를 충족하는 디자인, 사용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스마트기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은 기술력만으로는 시장이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을 체감하기도 했다. 그는 수년 전 인도에서 8시간 정전에도 식품 신선도가 유지되는 냉장고 개발을 요청받고 연구원들과 합심해 인도향 신제품을 선보였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장영실상도 받았다. 하지만 신기술을 채택한 제품은 저가형 냉장고와의 경쟁에서 기대만큼의 매출을 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최고의 기술보다 고객 만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가격과 품질, 디자인, 성능 모든 면에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은 또 ‘고객이 원할 때까지 고장 없이 제 기능을 다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 철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장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고객이 회사를 신뢰하게 된다”며 “그 신뢰가 바탕이 돼 홈브루(가정용 캡슐형 맥주 제조기)나 스타일러(의류관리기) 등 LG전자의 신가전을 고객이 다시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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