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추가 부양책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줄었다는 관측 속에 달러 가치가 연일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약 1년6개월 만에 1,150원 밑으로 떨어졌다. 원화는 위안화 강세와 연동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보다 가치가 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까지 떨어지는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미국의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미국 상황에 따라 환율이 1,150원대로 언제든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8일 종가보다 6원50전 떨어진 1,146원80전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 하락은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를 의미한다. 이날까지 6일 연속으로 떨어졌다.
지난 연휴 기간 미국 시장의 달러화 약세를 반영하며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 시작부터 3원30전 내린 1,150원으로 출발해 곧바로 오전장에서 1,140원대로 내려앉았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14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23일(1,141원80원) 이후 약 1년6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2월 이후 보여왔던 환율 상승세가 완전히 꺾이고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원화 가치는 달러에 비해 더 강세를 보이게 된 것이다. 이날 환율 종가는 한 달 전인 9월11일(1,186원90전)과 비교해도 40원 이상 낮은 것이다.
지난주 내내 지속된 달러 약세가 주초에도 이어진 것은 연휴 기간에 미국에서 경기 부양책 합의 기대감이 커진데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세론이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추가 부양책으로 1조8,000억달러가량의 돈을 풀면 달러나 주요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미 증시가 그간 좌파적 정책 강화로 경계감을 보였던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에 대해 긍정적 평가로 돌아선 분위기도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를 부추겨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후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있는데 월가는 민주당이 대선은 물론 상하원 선거까지 압승해 정치적 안정이 이뤄지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위안화가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 속에 달러화 대비 강세를 지속하고 원화가 위안화 연동성을 강화한 것 역시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 8일 한국은행은 중국 인민은행과 56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을 실무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환율 하락이 가파르게 진행돼 수출업체 등의 부담을 고려하며 당국이 언제든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은 원화 강세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하락은 해외에서 국내 수출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추가 부양책이 확정되지 않았고 대선 투표일인 다음달 3일까지 정치적 변수가 워낙 많아 미 정치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경우 환율은 최근 하락폭을 급격히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조차 안착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 “미국 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쉽게 1,150원대로 돌아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철·조지원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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