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가전제품을 생산할 때 중점을 두는 요소는 더 이상 제품의 디자인과 성능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력 소모를 줄이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에코 경영’은 어느새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정부도 직접 나서 고효율 가전제품을 사는 소비자에게 구매가격의 일부를 돌려주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 사업’을 실시하는 등 환경을 고려한 가전 개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부터 세탁기, 냉장고 등 고효율(으뜸효율) 가전제품을 사면 3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가격의 10%를 돌려주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 사업’을 진행했다. 에너지공단은 예산이 생각보다 일찍 소진되며 당초 계획보다 4개월 앞선 지난달 4일 종료된 이 사업에 따라 연간 약 111GWh(기가와트시)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이는 약 2만9,600가구(4인 기준)가 1년 동안 쓰는 전력 사용량이다. 산업부는 “앞으로도 고효율 가전제품의 생산·소비·판매가 더욱 촉진되도록 정책적 지원 방안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가전제품을 통해 친환경 경영을 장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LG전자·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환경을 고려한 고효율 에너지 제품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대부분 생활가전 제품이 에너지 효율 1등급을 획득하며 고효율 가전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힌 LG전자는 지난달 1일 소비자가 직접 뽑은 ‘2020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에서 최고상인 ‘녹색마스터피스상’을 11년 연속 수상했다. 올해는 의류관리기·의류건조기·세탁기·식기세척기·냉장고·정수기 등 주요 생활가전 분야에서 11개의 상을 받았다.
LG 생활가전은 모터와 컴프레서의 운동 속도를 변화해 상황에 필요한 만큼만 제품을 작동시키는 ‘인버터 기술’을 핵심 부품에 적용해 높은 에너지 효율을 자랑한다.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는 냉기 손실을 감소시켜 냉장고 내부의 온도 상승을 줄이며 디오스 식기세척기 스팀은 54개 고압 물살의 강력한 세척력을 갖췄다. LG전자는 또 지난달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0’에서 낮에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모으고 이를 밤 시간의 냉난방에 활용하는 에너지 공조 시스템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포장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시도했다. ‘더 프레임’ ‘더 세리프’ ‘더 세로’ 등 라이프스타일 TV 포장재에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과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것)을 접목한 ‘에코 패키지’를 활용한 것이다. 골판지로 구성된 포장 박스의 각 면에 도트 디자인을 적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내 반려동물용 물품, 소형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에코 패키지를 알리기 위해 4월부터 5월까지 디자인 공모전 ‘아웃 오브 더 박스’를 진행해 지난달 15일 최종 우승작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영국 디자인 전문매체 디진과 공동 주최한 이번 공모전에서 최종 우승 작품으로 선정된 벨기에 사라 윌마트와 마티유 뮐러의 ‘멸종위기 동물’은 북극곰, 코뿔소, 바다거북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모양을 본뜬 디자인으로 간이 의자와 테이블, 놀이 도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삼성전자는 공모전 아이디어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매뉴얼을 TV 포장박스 QR코드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기업들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술 혁신을 통한 에너지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에너지 관련 종합전시회 ‘2019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는 300여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 혁신적인 에너지 절감 기술을 선보였다. LG 전자는 실내기에 부착된 날개로 바람의 방향을 조절하는 AI 듀얼 베인 실내기를 공개했으며, 삼성전자는 풍량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균일한 바람을 구현하는 무풍 시스템에어컨 4웨이 천장형 실내기 등을 선보였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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